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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째 겨울 나그네 : 바리톤 박흥우, 피아니스트 신수정의 하모니

wy 0 201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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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일 저녁, 춥지 않은 날씨가 하루 전 내린 눈을 녹이면서 '겨울 나그네' 를 향한 발걸음들이 서초동 모짜르트홀로 모였다.

 

바리톤 박흥우님과 피아니스트 신수정님의 겨울나그네를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2004년부터 매년 송년음악회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시작하여 올 해로 15번째가 되었다. 

 

 

처음 가 보는 서초동 모짜르트홀은 201석의 실내악 전용 연주홀로서, 전문적 음향 시설에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였고 의자도 편안했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아서 실내악이나 성악발표회에 매우 적합한 공간이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10분 전  좌석이 거의 꽉 차고, 이 음악회가 많은 음악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신수정님이 무대에 먼저 나와서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요즘 음악이 대화와 설명을 중시하는 데, 그런 의미에서 겨울나그네의 한국어 번역을 본인이 직접 했다고 밝혔다.

 

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독일에서 유명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와 감동적인 연주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곧 조명이 어두워지고 신수정님과 함께 바리톤 박흥우님이 무대에 등장했다.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 옆에 자연스럽게 서서 잠시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후, 피아노 소리를 따라 바리톤 박흥우님이 겨울나그네 1번곡인 잘자요’(Gute Nacht)의 첫음을 내기 시작했다.

 

 

1잘자요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 가사이다.

 

 

-나는 이방인으로 왔다가

 

 다시 이방인으로 떠나네

 

5월은 수많은 꽃다발로

 

 나를 맞아 주었지

 

 소녀는 사랑을 이야기했고

 

 어머니는 결혼까지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온 세상은 음울하고

 

 길은 눈으로 덮여있네..-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이 두 음악가가 왜 겨울나그네를 15년 동안 계속 하는지를 즉시 알 수 있었다.

 

바리톤 박흥우님의 목소리는 겨울나그네에 너무나 잘 맞는 음색이었다.

 

 

휘셔 디스카우의 교과서적이고 진솔한 음색과, 헤르만 프라이의 투명하고 맑은 고음이 적절히 섞인 박흥우님의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들어도 만족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곡을 더하면서 충실하고 포근한 저음까지 관객의 가슴을 차분히 파고들었다.

 

신수정님의 피아노도 이에 맞추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더욱 완벽에 가깝게 만들고 있었다.

 

 

 

무대 위의 박흥우는 자연스러운 성악가이다.

 

결코 요란한 제스처나 변화무쌍한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노래하는 겨울나그네는 이 연가곡에 푹 빠지도록 감성을 자극한다.

 

그의 표정이나 동작에는 과장이 없지만,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새기며 정성을 다한다.

 

자유롭게 변화하는 음색과 톤으로 순간마다 적절한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관객이 저절로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겨울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연가곡집이다.

 

24개의 곡으로 구성 되어있으며 이 중에서 1Gute Nacht , 5번 보리수, 6번 홍수등이 널리 알려져있다.  

 

실연당한 주인공이 겨울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느끼는 비통한 감정을 주로 노래하기 때문에, 곡들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나그네' 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독일어 'Reise' 는 나그네가 아니라 여행, 방랑 등의 의미이며, 영어로는 ‘Winter Journey’ 니까 실제 의미는 '겨울 여행' 쪽에 가깝다.

 

슈베르트는 뮐러의 시에서정처 없는 방랑자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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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마지막 24번, 거리의 악사

 

 

뮐러는 1827 9월에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1827년은 겨울 나그네가 작곡 된 바로 그 해인데, 슈베르트가 가장 존경했던 음악가 베토벤이 그 해 봄에 세상을 떠났다.

 

 슈베르트도 10월에 '겨울 나그네' 를 완성하고 다음해인 1828 11월에 세상을 떠난다.

 

시인 뮐러보다 오히려 더 젊은 나이인 31세였다.

 

 

한편 뮐러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 순서배열이 다른 것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인 보리수홍수사이에 원작자인 뮐러는 우편 배달부를 넣었다.

 

보리수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마음이 우편 배달부가 오는 소리를 듣고 그녀의 편지가 올리가 없다는 것에 다시 비감해지며 눈물이 홍수를 이루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우편 배달부를 2부 첫 곡에 배열하였다.

 

뮐러의 순서대로 보리수우편 배달부, 홍수로 했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겨울나그네는 피아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가장 잘 알려진 보리수에서 피아노는 노래 반주를 제외하고 전주와 간주후주가 있는데 이 것들의 역할이 강력하다.

 

노래 반주에서는 아무래도 성악선율을 보조하지만, 보리수에서의 전주와 간주, 후주는 가사에 나오는 보리수와 불어오는 바람을 절묘하게 표현함으로써, 시적 심상을 독립적 음악으로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를 통해 곡의 통일성을 유지함으로써, 피아노와 이중창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슈베르트 노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수정님의 한음 한음이 이러한 보리수와 바람의 서로 다른 흔들림을 파악하는 섬세함과, 겨울나그네 15년 세월의 완숙함을 함께 들려주었다.

 

 

1부를 끝내고 혹시 휴식을 할까 했는데 그냥 밀고 나갔음에도, 흐트러지는 기색이 없는 바리톤 박흥우님의 내공이 놀라웠다.

 

 

브라보!   박흥우, 신수정

 

브라바!   신수정, 박흥우! 

 

 

2019년  제16회  '겨울나그네' 를 기다리며-

 

 

겨울나그네 현장사진.jpg

 

 2018  12  17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www.mozarthall.co.kr   (사진은 비베레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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