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바라바 37화 ★ 헤로디아 왕비 만남

wy 0 2021.12.19

모두 걱정이 되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라바가 체포된 상황에서 내일 아침 마나헴을 기습하는 것은 취소되었다.

 

나발이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했던 일이 벌어진 겁니다. 

 

마나헴이 헤스론 형에 대한 기억이 난 게 틀림없어요."

 

"그걸 어떻게 아니?" 헤스론이 물었다.

 

"마나헴이 직접 바라바 형 가게로 왔으니 그런 거지요.

 

불행 중 다행은 마나헴이 바라바 형을 처음 보기 때문에 아직 어떤 확신도 없을 거예요."

 

"그래. 확실한 증거나 증인이 없고서는 함부로 다룰 수는 없지."

 

사라는 손이 떨리고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무조건 지금 왕궁 경호실로 찾아가고 싶었다.

 

"네 친구 누보는 연락되었니?“

 

헤스론이 나발에게 물었다.

 

"어제부터 연락이 안 되네요. 어쩌면 또 마나헴이 감금하고 있을 거예요."

 

누보에게 마나헴의 집으로 가 보라고 했던 것이 좀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마나헴 놈을 하루라도 빨리 잡으러 가자고 했는데."

 

헤스론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마나헴이 나간 후 물과 딱딱한 빵 두 덩어리가 들어 왔다.

 

물은 반쯤 마시고 빵은 입에 대지 않았다.

 

루브리아가 지금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아직 마나헴이 나의 정체는 모르고 있다.

 

내일 새벽 마나헴을 기습하려던 계획을 하루만 앞당겼어도 하는 아쉬움이 밀려 왔다.

 

아버지는 당분간은 가게에 나오지 않으실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조금 안도가 되며 피곤이 몰려 왔다.

 

그대로 돌바닥에 옆으로 누웠다.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밝은 햇살이 돌벽에 난 작은 구멍으로 길게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햇빛이 어둠을 뚫고 힘차게 들어 온 것을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빛이 바닥을 비추는 곳에 희미한 글씨가 쓰여있었다.

 

율법서에 있는 말씀 같았다.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력을 장래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까지 나를 버리지 마소서'

 

얼마나 오래전, 여기 있었던 사람이 썼는지 모르나 그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잠시 후에 미지근한 감자 수프와 옥수수가 바닥에 붙은 작은 구멍 앞에 탁 놓였다.

 

조금씩 천천히 먹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덜컥 열리며 마나헴이 들어 왔다.

 

"잘 잤소? 같이 갈 곳이 있으니 나갑시다."

 

마나헴은 목발을 타각 거리며 앞서 걸어갔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경호실 건물을 나갔다.

 

감방 안을 비추던 해는 벌써 앞마당 올리브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왕궁의 중심에 있는 커다란 분수대를 거쳐, 돌로 만든 화려한 건물로 들어갔다.

 

로마 황제의 흉상이 있는 큰 홀을 지나서, 마나헴은 바라바를 어느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앞에는 긴 창을 든 경호원 두 명이 차렷 자세로 문 양쪽에 서 있었다.

 

잠시 후 누가 들어오는 것을 본 마나헴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왕비님, 소신 마나헴입니다."

 

헤로디아 왕비가 안나스 제사장과 같이 들어 왔고 바라바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고혹적인 눈으로 바라바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크기변환]헤 바 collage.png

 

바라바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바라바 예수입니다."

 

헤로디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를 처음 보나요?"

 

", 이렇게 가까이 뵙는 것은 처음입니다."

 

"석청을 팔러 왕궁에 온 적이 있었지요?"

 

바라바가 얼른 대답을 못하자 왕비의 말이 계속되었다.

 

호호. 맞아요. 지난번에 내가 왕궁을 나설 때도 당신을 보았어요.

 

바라바가 뭐라 대꾸할 사이도 없이 그녀가 안나스를 보고 말했다.

 

"제사장님, 이 사람은 내가 잘 아는데 석청을 파는 사람입니다.

 

열성당 두목일 수가 없어요.”

 

", 알겠습니다. 왕비님. 사실은 바라바 예수의 아버지도 신앙심 깊은 분입니다."

 

안나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마나헴을 쳐다본 후 바라바에게 말했다.

 

"공연히 고생 많았네. 어르신 요셉 님은 강녕하신가?"

 

", 제사장님. 아버지는 건강하십니다."

 

마나헴은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안나스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목발을 짚고 당황한 그의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하였다.

 

"참 훌륭하신 분인데 몇 년 전 가게에 불이 나는 바람에위로도 못 해드렸네.

내 안부를 어르신께 간곡히 전해 주시게."

 

", 제사장님. 감사합니다."

 

"바라바 예수 아버지의 가게는 어떤 가게인가요?"

 

왕비가 눈을 반짝이며 안나스에게 물었다.

 

", 왕비님. 여러 동상도 팔고 제사에 필요한 동물도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래요. 지금 혹시 티베리우스 황제 폐하의 동상이나 흉상을 가지고 있나요?"

 

그녀가 바라바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은 없지만, 곧 준비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지금 부속실 홀에 있는 폐하의 흉상이 좀 작고 마음에 들지 않아요.

 

같이 보면서 조언을 좀 해 주면 좋겠어요."

 

", 왕비님.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사장님과 또 한 분은 바쁘실 터이니 먼저 들어가 보세요.

 

내가 조각에 대해 상의 좀 하고 이 사람은 보내겠습니다."

 

헤로디아가 품위 있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눈인사했다.

 

", 왕비님. 공연히 번거롭게 해드렸습니다. 그럼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안나스의 뒤를 마나헴이 고개를 푹 숙이고 목발 소리를 죽이며 따라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헤로디아가 일어나 바라바가 앉은 의자로 다가와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호호, 루브리아가 당신을 구해주면 세례 요한이 먹던 헬몬산 석청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했어요.

 

열성당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고.”

 

바라바도 일어나 얼떨결에 헤로디아의 손을 잡았다.

 

강한 장미꽃 향내가 물씬 풍겼다. 

 

* 시편 71:18

 

State
  • 현재 접속자 13 명
  • 오늘 방문자 194 명
  • 어제 방문자 282 명
  • 최대 방문자 832 명
  • 전체 방문자 217,25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