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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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13화 ★ 누보의 야무진 꿈

wy 0 2022.09.11

“아, 카잔 형님이 기다리니까 그 방에 좀 다녀올게.”


누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음, 나도 이제 나가야 하니까 그럼 나중에 보자.”


누보가 이층으로 올라가서 카잔의 방으로 들어가니, 그가 창문에 걸터앉아 밖을 보고 있었다.


“누보, 이리 와 봐.


여기서 보니까 호텔로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 게 훤히 다 보여. 


조금 전에도 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복도에서 기다렸었지. 지금 저기 나발이 나가는 것이 보이지? 


주위를 살피며 골목길로 가고 있어. 조심성 많고 머리가 좋은 친구야.”


나발의 뒷모습이 골목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누보가 말했다.


“카잔 형님, 이왕 오셨으니 유리도 한 번 만나보고 가시지요. 


아마 며칠 내에 나발을 만나려고 여기로 한 번 올 거예요. 나발이 만날지는 모르지만.”


“그게 무슨 소린가?” 카잔이 창문에 앉은 채로, 서 있는 누보에게 물었다.


누보가 조금 전 들었던 나발의 유리에 대한 생각을 설명해 주었다. 


카잔이 콧수염을 오른손으로 한 번 쓸어내리고 말했다.


“남의 사생활이지만, 유리가 좀 안 되었네. 


흠, 처음에 내가 알았던 대로 자네와 실제로 부부가 되면 어떨까?”  

 

[크기변환]누보 유리 collage.png


“유리가 저를 좋아할까요?”


생각해 보니 카잔의 말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유리가 나발을 마음에 두고는 있지만, 나발의 생각을 알면 자기에게 마음을 돌릴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큰 집으로 이사하고, 유리에게 점성술 가게를 하나 열어주면,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유리를 어머니에게 데리고 가면 많이 놀라실 텐데 처음에는 예뻐서 놀라고, 인도 여자라 또 놀라실 생각을 하니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보는 창문 밖을 보며 유리가 지금 여기로 걸어오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크기변환]레나 카잔 collage.png

 

“엄마, 마나헴이 옛날 인도 시인의 시까지 읊어주는데 나중에는 불쌍하기까지 했어. 호호.”


“그가 너에게 빠지기는 단단히 빠졌구나. 이제 우리도 슬슬 여기를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응, 내가 곧 나발 님을 만나서 우리 계획을 알려줘야 해. 


그리고 결혼 날짜를 잡아서 마나헴이 방심한 틈에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야지.”


“나는 우리가 이사할 집을 알아봐야겠다. 뭐 이사라고 할 것도 없지. 


거의 몸만 나가는 거니까. 그런데 그동안 모은 돈으로는 좋은 동네로 이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걱정말아요, 엄마. 이번에 누보가 빌라도 막사에서 은전을 많이 가지고 나왔어요. 


나하고 둘이 한 일이니까 내 몫을 받으면 웬만한 집 한 채는 쉽게 살 수 있을 거야.”


“어머, 너무 잘 되었다 유리야. 


사실 은근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 유리가 효녀네.”


엄마가 박수를 치는 흉내를 내며 말했다.


“응, 그래서 내가 누보를 빨리 만나러 나가야 해요. 


누보가 탈출했다고 해서 얼마나 한시름 놓았는지 몰라. 


내일 나가면 좋겠어요. 나발 님도 같이 만나고.”


“그래도 내일은 집에 있고 모레 나가는 게 좋겠다. 


항상 뒤를 잘 보면서 누가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내 걱정은 말고 이제 우리가 이사 가면 엄마 앞길이나 좀 챙겨봐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에게 유리가 말했다.


“지금 막 생각난 건데, 엄마가 만날 만한 남자분이 있어요. 


엄마가 아직 마흔 살도 안 되었는데 좋은 분을 만나서 여생을 같이 보내셔야지요. 언제까지 점성술 가게에만 앉아 있겠어요.”


“어머, 누군데?” 레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카잔 님이라고 40대 초반인데, 그리스 피가 섞인 사마리아 분이에요. 


아주 건장한 체구에 마음씨도 좋고 멋진 콧수염을 길렀는데 인상도 좋아요. 


이번에 누보도 그분의 도움으로 일을 성공시킨 거예요.”


“호호. 원래 인도 사람과 그리스 사람은 서로 피가 섞여 있어. 


여하튼 그건 나중 문제니까 이사부터 잘할 계획을 세우자.”


유리는 생각할수록 엄마와 카잔 님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바라바는 아몬의 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몬은 무엇보다 사랑의 힘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늘 같이 있고 싶고, 세상을 다 줘도 바꿀 수 없는 그 뿌듯한 충만함을 아몬은 모르는 것이다.


로마에 가서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기른다. 


아이는 세 명만 낳고, 로마 시민권을 딴 다음 카프리섬으로 내려간다. 


시민권은 교사 자격증을 따면 나오니까, 루브리아에게 개인적으로 배워도 충분할 것이다.


아름다운 카프리섬에 가서는 넓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작은 해산물 식당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녀와 자주 가던 식당처럼 싱싱한 생선 요리를 맛있게 만들고, 포도주도 로마산 최상급을 구비해 놓는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여 몸은 고단해도,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루브리아와 같이 누릴 것이다. 


매일 저녁,  수평선 아래로 서서히 넘어가는 석양을 보면서, 그녀와 진한 포도주 한 잔을 나누면 더는 바랄 게 없다.


간혹 갈릴리 고향의 옛 친구들이 찾아오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이렇게 달콤한 생각을 하다 보니, 바라바는 이 모든 계획이 루브리아의 눈 치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만에 하나라도 눈을 못 고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은 그동안 일부러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히 그렇게 된다면 루브리아를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지, 그리고 평생 그녀를 위해 그녀의 눈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래야 한다는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눈이 안 보이면 사라는 끝까지 내 곁에서 나의 눈이 되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바라바는 스스로에게 조금 놀라며, 내가 루브리아를 사랑하는 것은 역시 그녀의 외모와 가문의 배경 때문이 아닌가 반문해 봤다. 


하지만 단연코 그런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며 머리를 옆으로 저었다.


“눈을 감고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니? 가게에 손님이 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바라바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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