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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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11화 ★ 로고스

wy 0 2024.08.04

 처음으로 때를 밀지 않고 목욕을 끝내니 루브리아는 좀 어색했지만 편한 느낌도 들었다.

 

헤로디아 왕비가 그리스 프톨레미 왕조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 측은하게도 보였다.

 

하지만 왕비는 때를 미는 노예들의 심정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필로 선생이 쓴 글, 노예제도는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코웃음을 치는 것이다.

 

사실 왕비가 노예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루브리아 본인도 그들의 어려운 삶을 전혀 실감 못 하고 겉으로만 동정심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유타나의 경우처럼 해방되었지만, 독립해 나가지 않고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해방 노예는 로마의 법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고 큰 공을 세우면 로마 시민권을 얻을 수 있고 고위공직자도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로마가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선실 문이 열리고 유타나가 탈레스 선생과 같이 들어왔다.

 

왕비에게 필로 선생의 말을 듣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탈레스 선생을 불렀다.

 

필로 선생은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인들에게 오랫동안 지배받던 유대인의 후손이라 노예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깨달음이 있는 겁니다.

 

그러나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지요.

 

당장 로마의 경제도 노예들이 없으면 얼마 못 가서 무너지고 큰 혼란이 올 수 있으니까요.”

 

, 그렇지요. 하지만 그분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아요.

 

언젠가 노예제도가 없어지는 날이 로마에 올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어렵고 몇백 년이 지나도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먼 훗날 노예가 필요한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에 큰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지요.”

 

, 필로 선생은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인가요?”

 

,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유대교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지요.

 

그가 쓴 책들을 로마 지식인들이 많이 읽고 있어요.”

 

헤로디아 왕비님도 그의 책을 읽고 있으셨어요.

 

필로 선생은 신이나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필로 루브리아 탈레스 collage.png

 

, 그분은 일상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어떠한 절대적 존재나 궁극실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견해로 확실히 정의하는 순간, 엄격한 의미에서 궁극실재 즉 신과는 무관하게 된다는 거지요.

 

신은 우리의 말이나 생각을 초월하기 때문이지요.” 

 

필로 선생도 어렸을 때는 문자주의 유대교를 믿었지만, 시야가 넓어지면서 플라톤의 영향을 많이 받아 로고스에 대한 연구를 주로 했지요.”

 

, 저도 로고스에 대해 몇 번 듣기는 했는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요?”

 

루브리아의 질문에 탈레스가 목을 한 번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로고스는 대개 말씀 혹은 지혜, 진리 이런 뜻으로 해석이 되지요.

 

신학적으로는 지혜의 외적 나타남을 로고스라고 하고, 이 경우 하나님의 말씀으로도 상징됩니다.

 

지혜가 신성한 하나님의 위격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은 오래전 유대 선지자들의 글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위격이 무슨 뜻인가요?”

 

, ‘위격히포스타시스라는 그리스어에서 번역된 말인데 어떤 것의 본성이나 실체를 의미합니다.

 

이 경우 하나님의 위격이란 하나님과 별개로 하나님의 특성이나 속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혜가 하나님의 속성이고 그 위치가 하나님과 같다는 의미인가요?”

 

, 그렇게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여기서 지혜는 우리를 깨우치는 절대 존재이고 하나님이 처음 창조한 것이 바로 지혜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옛날 유대인들의 지혜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두 여인이 탈레스의 말에 계속 집중했다.

 

그의 책 농사에서는 로고스를 하나님의 맏아들이라고 표현했고 심지어 이라는 책에서는 하나님이 로고스에게 하나님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그래서 같은 위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군요. 역시 좀 어렵네요.”

 

, 그렇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러한 생각이나 사상은 말이나 문자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요.

 

필로 선생의 생각도 절대로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 그래도 그분이 로고스를 어떤 방향으로 정리하려는지는 조금 이해가 되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나중에 로마에서 그분을 한번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연세가 거의 60 정도 되었지만, 아직 건강하시니까 그럴 기회가 있을 겁니다.”

 

탈레스 선생이 말을 마치고 물 한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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