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이 만난 사람들


만난사람들 모자이크.png

 

 

 

이 시대의 진정한 목민관, 박준영 전 전남지사

wy 0 2023.07.27


[크기변환]1KakaoTalk_20230718_154500183_05ab.jpg

 

젠틀하고 따스한 인간미가 풍기는 박준영 전 지사를 만났다.

 

그가 전남 민선 도지사 10년 동안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은 환경친화적 농업이었다.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지사였던 그는 지금도 전남에 있는 유기농 업체를 주위에 열심히 소개한다.

 

유기농 쌀, 김치, , 천일염 등으로서, 박준영 전 지사는 환경문제에 전문가적 지식이 있는 유능한 전남의 세일즈맨이다.

 

약속한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는데 약속 시각 5분 전 문자가 왔다.

 

지방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

 

잠시 후 박준영 전 지사가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방으로 들어왔다.

 


 

: 박 지사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2000615일 남북공동선언 당시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지사님은 당시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남북공동선언의 5가지 항목을 TV에서 직접 발표하셨지요.

 

그때의 모습이 지금도 제 기억에 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서 발표한 남북 공동선언의 5가지 항목 중 처음 2항목이 아래와 같습니다.

 

1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2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이 공동선언은 당시 상황으로 볼 때는, 남북이 서로 양보하면서 최선을 다한 합리적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무엇을 뜻하는 것이고, 그 안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느냐라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남북의 대화는 희망적이었지요.

 

특히 공동선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적당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겠다' 라는 마지막 문구는 엄청난 파급력이 있었습니다.

 

남북 화해를 위해 환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서울에 오면 암살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했기에 이런 공동 선언문이 나왔을 것입니다.

 

이후 이러한 선언이 결국 무산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 김대중 대통령께서 내가 김 위원장보다 나이가 많은데 민족문제 해결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소.

 

이제 나보다 젊은 위원장님이 서울에 꼭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면서 초청을 했고 김위원장이 선선히 받아들였지요.

 

당시 국제적으로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지며 북한의 경수로 발전을 지원하기로(핵무기 개발은 제외) 했습니다.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였지요.

 

NISI20190611_0015285959_web_20190611100300_20190611100403875a.jpg

이희호 여사와 김정일 위원장, 왼쪽에 박준영 대변인 - 2000 6 14 평양

 

이 계획이 틀어진 가장 큰 외적 변화가 미국 대선에서 부쉬의 당선입니다.

 

그는 당선 직후 북한 등 몇 나라를 악의 축이라 규정했지요.

 

클린턴 때만 해도 미국의 정책은, 남북대화는 남한 정부가 주도하고 미국은 지원만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사실은 이런 정책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은 휴전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인데 정전으로 가려면, 어차피 국제법적으로도 휴전 협정에 사인한 미국과 중국이 나서야 합니다.

 

한편 내부적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한 이유 중 하나는 대북 송금 특검 때문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내내 북한과 대화 한번 없다가, 대선 몇 달 전 휴전선 넘어가서 정상회담을 했는데 마침 제가 얼마 후 북한에 가게 되었어요.

 

그때 만난 북한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면 우리는 민족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했는데, 노무현은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한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까발렸소.”라고 하더군요.

 

 

: 그로부터 23년이 지났지만남북관계는 아직도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

 

걱정스러운 점은 최근 윤 대통령이 종전선언 제안을 허황된 가짜 평화 주장이라고 했지요

 

심지어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잘하는 일도 많지만, 이번 발언은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남북관계는 너무 좋다고 환호해도, 너무 안된다고 분노해도 안 되는 문제입니다.

 

 

: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책을 밀고 나가고 있고, 미국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북한은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니 답답한 국면입니다.

 

개성공단 폐쇄나 금강산 관광 중단도 참 아쉬운 면이 많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어떤 돌파구가 나오지 않을까요?

 

 

: , 그야 알 수 없지요. 하지만 남북관계는 독일과 다른 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독일은 동서독 간의 전쟁을 치르지 않았고, 당시 서독은 브란트 수상이 동방정책을 수립한 이후 동독에 대한 정책이 일관되게 변함이 없었습니다.

  

 

: 1953727일 포성이 멈춘 이후 70년간, 한반도는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한항공 폭파나 아웅산 테러는 오래전 일이라 하더라도, 21세기 들어서만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 ICBM 발사 등을 했지요.

 

휴전이 종전으로 바뀌면 좋은 것인데 종전 협정이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는 바로 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이고, 그것이 북한의 목표다라는 우려로 종전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 , 당연히 그런 걱정을 할 수 있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을 때, “한반도는 통일 후에도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위원장님 생각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놀랍게도 김 위원장이 사실 북쪽의 아라사(소련), 동쪽의 일본, 서쪽의 중국은 한국을 침탈한 적이 있는 나라이지만, 미국은 멀리 떨어진 나라이고 영토적 욕심이 없으니, 통일 이후에도 미군 주둔이 오히려 세력균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동의했습니다.

 

김 대통령이 그런데 왜 계속 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습니까?”라고 물으니 김 위원장이 그것은 우리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겁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지요.

 

미군 철수 주장은 북한 사회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정치적 선전이라는 것이지요. 

 

 

김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4대국과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나라는 미국이고, 그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운명이라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입니다라고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 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얼마나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요

 

DJ 자서전에 보면 임기 말에 임동원 특사를 김정일에게 보냈는데, 임 특사를 만나주지도 않은 김정일에게 크게 실망하고 섭섭했다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편 아들 김정은 위원장도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방북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 철수를 필요로 하지만, 나는 중국 공산당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폼페이오 회고록에 있습니다.

 

그런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218월 담화에서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화근은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철수론을 또 꺼냈지요.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제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박 지사님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친분이 돈독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시 주석이 박 지사님을 한국에 있는 오랜 친구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했지요?

[크기변환]1시 박a Screenshot 2023-07-18 at 15.55.32.JPG

박준영 전남지사, 시진핑 부주석 - 2012 북경 

 

: , 시진핑 주석이 어떤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해서 언론의 초점이 된 적이 있습니다.

 

시 주석을 처음 만난 것은 20057월입니다.

 

당시 중국 저장성의 당서기로 재임 중이던 시진핑 주석이 자매결연한 전라남도를 방문하였지요

 

이후 200511월과 20077월 제가 다시 중국을 방문해 개별 면담을 가지면서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2007년 시진핑 상하이 공산당 서기와 만날 때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의 보존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임시정부청사 일대의 재개발을 추진 중이었는데, 제가 한중 우호의 상징과도 같은 소중한 역사적 유물을 보존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시진핑 당서기는, 그 자리에서 바로 중국 측 관계자들에게 지시하면서,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보존하도록 지시했습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이후 20124월 제가 다시 방중하여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여러 환담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중국의 차기 최고 지도자로 낙점된 분위기였습니다.

 

 

: 박 지사님께서 앞으로도 시 주석과 계속 좋은 대화를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 , 작금의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모양새인데, 미력하게나마 앞으로 한중 관계 개선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시진핑 주석과 만나실 때는 주로 어떤 대화를 하셨나요?

 


: 저는 시 주석에게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의 관건은 남북한의 평화다.

 

사실 중국의 6.25 참전도 스탈린의 강요로 한 거 아니냐.

 

남북이 평화로와야 아시아가 평화롭다.”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했지요.

 

 

: 오랫동안 여러 번 만나 보신 시 주석은 어떤 인물이던가요?

 

 

: 시 주석은 과묵하고 외유내강형의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오늘날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강력한 계획이 있는 사람이지요

부패청산을 지속해서 하고 있고, 재임 기간 중 소위 중국몽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요.

 

중국의 근대 역사를 보면 그들 나름대로 서양 열국에 큰 피해와 수모를 당했으니까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 박 지사님의 전남 지사 10년 치적 중 모두 인정하는 것 중 하나가 친환경 농업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을 추진하셨나요?

 

[크기변환]1박준영 전남지사a AKR20221021021600054_01_i_P4.jpg

 

지사 되자마자 지방을 돌아다니는데 모내기할 때 차 문을 열고 못 다닐 정도로 농약 냄새가 심했어요.

 

저도 전남 농민의 아들이지만, 농약 치다가 숨진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농약을 친 쌀을 먹은 가정에서 출산한 45만 명 중, 장애아가 8만 명이나 나왔다고 합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친환경 5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남 농지의 30%를 목표로 정했는데, 처음엔 과도한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결과적으로 5년 후 34%를 달성했고 화학 비료 사용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또한, 전라남도를 녹색의 땅 전남(Green land of 전남)으로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녹색의 땅이라는 것은 첫 번째가 지금 설명한 친환경 농업입니다.

 

두 번째는 바다경영입니다.

 

전남이 한국에서 해안선이 제일 길고 해양 자원이 풍부합니다

 

지도를 보시면 전남만 서해안과 남해안을 같이 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 전남의 양식장이 600 헥터였는데 10년 후 3500 헥터로 늘어났습니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고 공무원들은 물론 도민들이 바다경영이라는 방침을 이해하고 협조하였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잘 알려진 무산 김이 있는데 장흥군수가 시작했지요.

 

원래 김은 양식 과정에서 매생이 같은 것들을 떼어내기 위해 산 처리를 하는데, 무산 김은 산 처리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바다에 떠 있는 김발을 수시로 뒤집어 공기 중에 노출하면, 햇볕과 바람에 강한 김을 제외한 다른 조류는 제거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신안, 보성, 순천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부터 더욱 갯벌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생명체를 보존해야 합니다.

 

정부에 건의한 지 10여 년, 도립공원 지정 13년 만에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공직자와 주민 여러분의 수고가 많았습니다.

 

[크기변환]1보성갯벌_벌교대교에서_바라본_노을--_웹용a.jpg

벌교 대교에서 바라본 보성 갯벌 

 

세 번째는 신 재생 에너지 개발이었습니다.

 

해상풍력을 조사해보니 풍력은 남해안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느 연구기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전북 고창에서 진도 앞바다까지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수도권 인구가 다 쓸 엄청난 전기가 나오는데 육지로 가지고 오는 설치 비용이 막대해서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부가 나서서 설치하고 송전 통행료를 받으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연구 단계에 있습니다.

 

이런 일은 하려면 반드시 이 지역 주민들이 이 프로젝트의 소액 주주가 되어야 가능한데, 지금도 큰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 지사님은 얼마 전 고향 쌀 먹자’ 라는 캠페인도 하셨지요?.

 

 

: , 사람들이 빵 등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어서 쌀 소비가 크게 줄어 쌀값이 떨어지고 쌀은 농협 창고에 쌓이고 있습니다.

 

밀가루 음식은 건강에 별로 좋지 않지요.

 

내 고향 쌀을 사 먹으면서 건강도 지키고 고향 농부도 살리자는 캠페인입니다.

 

정부가 수조 원을 들여 쌀을 매입하고 있지만, 저장할 창고도 부족할 것이고, 밀가루는 거의 전량을 외국에서 사들이고 있습니다.

 

 

: 오늘 귀한 말씀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 감사합니다.

 

*박 전 지사는 인터뷰 다음 날 필자에게 전남에 있는 여러 유기농 업체를 문자로 보내주셨다.

 

[크기변환]1KakaoTalk_20230718_154500183_01bb.jpg

강남의 어느 음식점에서 2023 7 18

 

 

State
  • 현재 접속자 13 명
  • 오늘 방문자 367 명
  • 어제 방문자 445 명
  • 최대 방문자 832 명
  • 전체 방문자 218,879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