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이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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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의 놀라운 질문 : 호킹박사는 저녁 식사가 끝나자 컴퓨터를 통한 기계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했다. "왜…

wy 0 2018.11.09


 

    

 

드디어 호킹 박사가 작심을 한 것 같다.

 

그는 최근 “우주는 신이 창조하지 않았고 무에서 만들어졌다” 고 말했다.

 

약30년 전, 호킹 박사를 한국에 처음 초청했을 때의 발언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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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규, 필자, 호킹, 서기원(좌로부터, 존칭 생략)

 

호킹 박사는 당시 블랙 홀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명성을 날릴 때였다.

 

루게릭 병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룬 과학적 업적은 감동이었다.

 

그 때만 해도 서울에 신체가 불편한 분들을 위한 시설은 물론, 그들이 타는 자동차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호킹 박사가 탈 차도 삼성 병원에 부탁하여 특별 지원을 받았다.  

 

그는 컴퓨터 음성 합성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1985년, 위독한 상황에서 기관지 절개술을 받고 회복되었는데, 그 후 목소리를 거의 잃었고, 학회나 세미나 연설 때는 통역을 대동해야 했다.

 

그는 컴퓨터 화면에서 빠르게 옆으로 지나가는 알파벳을 보고, 원하는 단어를 재빨리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이 문장을 컴퓨터가 음성으로 합성해 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1분에 10단어 정도 말 할 수 있다.

 

강연을 할 때는 미리 원고를 만들어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하지만, 강연 후 질문에는 간단한 대답에 몇 분씩 걸리기도 한다.


1990년 9월, 실제로 그를 만나 보니 휠체어에 기댄 몸통과 팔 다리가 축 늘어져 애처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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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당일 신라호텔 잔디밭에서 
     

입을 약간 벌리고 눈이 쑥 들어간 퀭한 모습인데, 바로 그 눈으로 어두운 우주의 신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가 설치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고난을 극복한 위대한 정신 그 자체였다.

 

호킹 박사의 그 날 일정은 신라호텔에서 세미나를 하고 만찬으로 이어지는 계획이었다.

 

먼저 호텔 잔디밭에서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Q당신은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나는 내가 감정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것을 안다.

 

아인슈타인 역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웅을 원하고 아인슈타인에게서 신화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나한테서도 그런 신화를 만들어내려 애쓴다. 그렇지만 나는 아인슈타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Q 신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과학적 업적을 이룬 비결이 있는가?

 

A 내 몸은 내 명령을 거부하나, 내 정신의 상상력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Q우주에 다른 지적(知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A우리와 가까운 데는 아니더라도 우주의 다른 어느 곳에 아마도 지적 존재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모습과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보다 훨씬 상상력이 크다.

 

Q 학생 때부터 바그너의 오페라에 심취했는데,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A바그너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 아름다움과 힘이 넘친다. 내가 좋아하는 바그너의 작품은 〈니벨룽의 반지〉다."  

그에게 잠시 휴식 시간을 준 후 예정된 세미나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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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호텔 세미나장에서  

 

호킹 박사의 많은 팬들과 한국의 물리 학자들은 물론, 유명 정치인들도 대거 모여들어 그의 인기를 실감했다.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 맨 앞, 주최 측 자리에 앉아 있는데, 필자의 아내 바로 옆에 안경을 쓴 어떤 점잖은 분이 와서 앉는다.

미리 나눠 준 자료를 읽고 있는 그 사람에게 아내가 질문을 한다. 

 

" 이 자료를 영어로 다 읽으실 수 있으세요? "

 

" 네…"

 

"그럼 호킹 박사의 이론도 무슨 말이지 이해를 하세요? "

 

" 네… "

 

"대단하시네요 !!" 

 

그는 가벼운 미소만 지었다.

 

곧 호킹 박사가 휠체어에 실려 연단으로 나오는데, 이분이 앞으로 나가 호킹을 소개한다.

 

그날의 통역을 맡고 호킹의 책도 번역한 서울대의 김제완 박사였다.

 

세미나가 끝난 후 자리를 옮겨 저녁 만찬을 했다.

 

당시 대권 주자들인 YS, DJ 등도 참석했다.

 

YS 는 "최사장, 호킹박사 초청 참 잘 했어요." 라고 격려 해 주었다. 

 

DJ 는 학구파답게 블랙 홀에 대한 질문을 한 후 호킹과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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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껍질 속의 우주

   

식사가 시작되자 옆에 앉은 남자 간호사가 음식을 나이프로 잘게 썰어서 입에 넣어 준다.

 

와인도 한잔 하더니 '맛은 있는데 향은 좀 약하다'고 컴퓨터로 말한다.

 

미각이 매우 예민한 것 같았다. 

 

간호사가 준 음식을 다시 우물우물 목으로 넘기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동석한 사람들이 식사를 먼저 끝내고, 좀 무료하게 앉아 있었다.

 

식사 후 몇 가지 과학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컴퓨터에서 찾은 단어를 나열하여 문장을 만든다. 

 

너무 힘이 들어 보여서, 질문을 하는 것이 폐를 끼치는 느낌이었다. 

 

 정치인들은 디저트를 먹지 않고 먼저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어 들었다.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난 후 호킹 박사에게 오늘 행사에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어봤다.

 

대답 대신 의외의 질문이 30초쯤 후, 그의 컴퓨터에서 흘러 나왔다.     

 

"왜 오늘 저녁 식사에 한국 여성이 아무도 안 왔느냐 ?"

 

그러고 보니 10여명의 식사 테이블에 여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의 놀라운 질문에 대답할 말을 잊었다.


그 날 호킹의 관심은 블랙 홀이나 정치인 들과의 대화보다는, 저녁식사 자리에 한국 여성이 있기를 기대 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우주의 법칙인가 !

 

다음에 한국에 오면 반드시 여성들도 초대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Q"박사님을 보니 팡세를 쓴 파스칼이 생각난다.

 

그도 평생 병약한 몸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A"파스칼이 얼마나 건강이 나빴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생각은 위대하다."

 

Q"파스칼은 당대의 천재였고 독실한 가톨릭이었다.

 

 박사님은 태초에 우주를 창조한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있다고 하면 아마 내 책이 잘 안 팔릴 것이고, 없다고 했다가 있으면 나중에 큰 일 아닌가."

 

 그의 얼굴에 살짝 악동의 미소가 지나갔다.

 

Q 박사님은 하나님을 믿는가? 

 

A ‘내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내가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과 동일한 하나님을 믿는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

 

나의 질문은 계속 되었다.

 

Q"병원 치료는 잘 받고 계신가?"

 

A"처음 발병했을 때 좀 받았는데 그 후에는 거의 안 간다. "

 

의외의 대답이었다.

 

Q"그럼 어떻게 하는가?"

 

A"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인데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감기가 걸리거나 몸이 아플 때는 가지만 이 병으로는 가지는 않는다."

 

Q"루게릭 병을 앓으면서, 대단한 과학적 업적을 쌓은 박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A" 21살에 이 병에 걸렸지만 아직까지 살아있다.  아마 내가 천문학 연구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 내 삶이 연장되는 것 같다."

 

Q"앞으로 어떤 분야를 더 연구할 계획인가?"

 

A"아직 블랙 홀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계속 블랙 홀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

 

더 이상 질문을 하기 미안했다.

 

이미 나는 그를 너무 혹사시켰다.

 

휠체어를 타고 숙소인 신라호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 컴퓨터를 열심히 작동하여 그가 소리를 낸다. 

 

"이제 나는 탈출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그를 며칠 동안 세미나와 만찬으로 가두어 놓았던 것이다. 

 

나는 그의 과학적 이론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며칠간 옆에서 본 그는 세심하고, 인내심 많고,  유머가 많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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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는 천체 물리학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루게릭 병 발병 55년 만인 2018년 3월 타계하여 우주로 탈출했다.  

 

만약 그가 우주에서 신을 만나 식사를 했다면 " 왜 오늘 여신은 안 왔느냐 ? " 고 질문 했을까...

 

30년 전 호킹 박사를 초청한 것은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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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대사,  안병찬 주간,  필자 등 -  호킹박사의 출국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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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의 마지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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