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을 찾으러 다니던 유다는, 오늘도 마태가 그의 방에서 무언가 열심히 혼자 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요한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하여 그는 마태의 방으로 들어갔다.
“마태 님, 오늘도 뭐를 열심히 쓰시네요. 혹시 요한 님 못 보셨나요?”
“네, 저는 못 봤는데요.”
마태는 유다를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글을 쓰며 대답했다.
유다는 그냥 나갈까 하다가 방바닥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글을 그렇게 매일 쓰시나요?”
그제야 마태는 그를 바라보며 깃털 펜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예수 선생님에 대해 쓰고 있어요. 한번 보실래요?”
“네. 좀 볼까요?”
마태는 꽤 두꺼운 파피루스 노트를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유다가 첫 장을 열어보았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 칭하는 예수가 나시니라.
그런 즉 모든 대 수가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열네 대요, 다윗부터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갈 때까지 열네 대요, 그후 그리스도까지 열네 대라.>
유다는 깜짝 놀라 마태를 바라보았다.
“아니, 마태님이 이걸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셨나요?”
마태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대답했다.
“내가 환상 중 계시를 받았어요.”
“환상 중에요? 꿈이 아니고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이런 오랜 세월 동안 우리 히브리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기다렸어요.
얼마나 엄청난 역사인지 감격스럽지 않나요?”
그의 얼굴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태가 그동안 세금을 못 거두더니 이런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 성싶었다.
‘세금도 족보를 잘 알아야 쉽게 거둘 수 있으리라’는 유대 격언이 있는 성싶었다.
다음 장의 글을 읽은 유다는 더욱 놀랐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그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그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
마태를 쳐다보며 유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이 이 글을 보셨나요?”
“아직 안 보셨어요. 조금 더 쓴 후에 보여 드리려고요.
유다 님이 처음 보시는 거예요.”
‘처음 봤으니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 라는 말을 생략한 느낌이었다.
“음, 저는 처음 듣는 말들인데... 물론 환상 중 계시를 받은 내용이겠지요?”
“네, 그럼요. 또 선생님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들도 참고했어요.
여하튼 제가 쓴 글들은 제가 쓴 게 아니고, 기도 중에 하늘로부터 받은 영감을 그대로 쓴 거예요.”
마태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대단하십니다.
그동안 선생님이 하신 말씀도 이 뒷장에 많이 쓰셨겠네요?”
“네, 제가 들은 몇 가지 무서운 말씀도 썼어요.”
“무슨 말씀인가요?”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하셨어요."
“‘라가’가 무슨 뜻이지요?”
“‘바보’라는 말이에요.
유다 님은 갈릴리 출신이 아니라 그 말을 잘 모르는군요.”
유다는 자기가 라가인지 마태가 라가인지 헛갈리는 기분이었다.
유리가 축 처진 어깨로 식당을 나간 후 누보는 카잔의 방으로 갔다.
“도대체 우리가 집을 나간 지 삼일밖에 안 되었는데 누가 그 사이에 그런 짓을 했을까요? 정말 미치겠네.”
“글쎄 말이야…..”
카잔의 대답에 힘이 없었다.
“마나헴이나 지금 집을 지키고 있는 놈들은 아닐 거예요.
그들이 찾았다면 은전 상자째 꺼내지 이런 짓은 안 했겠지요….”
“그건 그렇지…. 그날 일을 차근차근히 잘 생각해 봐.
우리가 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는데 유리 어머니가 급히 들어와서 마나헴이 온다고 알렸지?”
“네, 그래서 어머니와 카잔 형님, 유리 어머니가 먼저 부엌 쪽으로 빠져 나가셨고….
저는 그때 상자를 꺼내려고 앞마당으로 나갔지요…”
“그래, 그랬지.”
“상자를 꺼내기 위해 땅을 파려고 하는데….”
누보가 돌연 말과 동작을 멈추었다.
“왜 그래? 무슨 생각이 났나?”
“네. 그렇구나… 누가 범인인지 알았어요.”
“그게 누구야?”
“그때 제가 땅을 막 파려고 하는데 앞집에서 나오는 마나헴 일행을 보았어요.
앞집 사람이 우리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고 있었지요.
마나헴은 저를 못 보았는데 앞집 사람은 제가 마당에서 땅을 파려고 하는 것을 본 것이 틀림없어요. 그놈이…”
“아,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나중에 마당에 혼자 가서 땅을 파 보았구나.”
“네. 그렇지요. 마나헴이 집을 지키라고 보낸 사람들이 올 때까지 적어도 몇 시간의 여유는 있었을 테니까요.”
“음, 그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가?”
“시장에서 장사하는 놈인데 비실비실하고 인상도 별로 안 좋아요.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별로 친하지도 않고요.
빨리 가 봐야겠네요. 벌써 도망갔을지도 몰라요.”
누보가 엉덩이를 들며 급하게 말했다.
“잠깐, 가더라도 생각을 잘하고 가야지.”
카잔이 일어난 누보를 다시 앉히며 말했다.
“아니라고 잡아떼면 증거가 없잖아.”
“아, 그런가요? 그럼 그 집을 수색을 해야지요.”
“수색해서 안 나오면?”
누보가 대답을 못 했다.
“그 사람 무슨 장사하나?”
“야채 장사해요. 시장에서.
아, 어머니가 아실 거예요. 어디서 장사하는지.”
“음, 그런 장사를 하면 집에는 없어도 아직 정리하느라 시장에는 나올지 몰라.
가족은 몇 명인가?”
“가족이 아마 아내와 어린애가 2명인가 있을 거예요.”
“오늘 아침에 우리에게 당한 놈의 일행이 누보 집에 와 있을 거야.
잘못하다 그들의 눈에 띌 수 있으니까 집보다 시장부터 가보는 게 좋겠네.”
“네. 어머니에게 가서 그놈이 어디서 장사하는지 물어보고 올게요.”
누보가 부리나케 방을 나갔다.
*라가: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 마태복음 5장 2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