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가 잠시 생각한 후 마태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태어나신 곳은 나사렛 아닌가요?”
“네,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지만 그럴 리가 없어요.”
마태가 빙긋 웃으며 계속 말했다.
“선생님은 메시아고,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임으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게 되어 있어요.
선지자의 말씀을 그대로 이루기 위함이지요.”
“그렇군요. 어떤 선지자의 말씀인가요?”
“하나님이 선지자 나단을 통해서 다윗 왕께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게 아들이 되리니….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보전되고 네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
“아, 그래서 선생님이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시나요?”
“네, 그러실 거예요.”
마태가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태 님은 세금 걷는 일만 하신 줄 알았는데 유대 선지자에 대한 글도 많이 읽으셨네요.”
“네, 어려서부터 회당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선생님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난다는 말은 누가 했는지 아시나요?”
마태가 신이 나서 유다가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알려주었다.
“그건 미가 선지자에요.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지만, 이스라엘을 다스릴 사람이 나올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네, 그렇군요. 근데 제가 언뜻 듣기로는 ‘메시아가 올 때 그가 어디서 오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는 말씀도 누가 했다고 하던데 그런가요?”
“음, 바리새인 중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거 없는 이야기인가요?”
“소문에 의하면 에녹이라는 선지자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 책은 제가 본 적이 없어요.”
마태가 조금 자신 없는 듯 말했다.
“음, 그러니까 마태 님은 선지자들의 말씀도 거의 다 아시고, 또 환상 중에 계시도 보고하니까 이런 글을 쓰실 수 있는 거군요.
제가 궁금한 것은 지난 일보다, 앞으로 메시아가 언제 어떻게 그의 왕국을 이루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무슨 계시가 없으셨나요?”
유다의 말을 들은 마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 저도 그 부분에 대해 기도하며, 선생님 눈치도 살펴보는데 아직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네, 그러시군요. 옛날 다윗 왕도 많은 고초를 겪었고 심지어 사랑하는 아들에게 배신당하는 일도 있었는데, 우리 선생님도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까 걱정됩니다.”
“음, 실은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말인데….”
마태가 어느 책을 찾아 펴면서 계속 말했다.
“이사야 선지자가 꼭 우리 선생님을 두고 한 것 같은 말씀이 있는데 상당히 신경이 쓰이네요.
‘그는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그는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으며….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갈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마태가 읽기를 그치고 유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이 말씀이 이루어진다면 선생님은 영광의 보좌에 앉기 전에 우리로 인하여 먼저 큰 고난을 받으실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음,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선생의 주위를 떠나고 심지어는 그를 배신하는 거지요.
다윗 왕의 아들처럼…. 메시아의 운명은 비슷한지도 몰라요.”
“아, 네….”
유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머니, 우리 앞집에 사는 놈이 시장에서 야채 팔지요?”
“응, 그래. 그 사람은 갑자기 왜?”
누보가 계속 물었다.
“그놈이 어디서 장사해요?”
“내가 과일 파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한 골목 떨어진 곳에서 좌판을 벌리고 있지.
그 사람과 무슨 일 있었니?”
“그 사람 이름이 뭐지요?”
“아칸이지.”
“발음도 참 고약하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 사람 시장에서 요새도 보셨지요?”
“그럼 내가 장사할 때는 자주 와서 인사도 하고 했지. 사람 괜찮아 보이던데.”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거예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
누보는 카잔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명절을 앞두고 시장통으로는 무교병을 파는 상인들이 양쪽 길가에서 좌판을 벌려 놓고 대목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장사하던 과일 파는 곳을 지나니 곧 야채를 바닥에 깔아놓고 파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칸의 얼굴은 언뜻 보이지 않았다.
그중에 나이가 지긋한 사람에게 물었다.
“여기 아칸이 오늘은 안 나왔나요?”
“요 며칠 안 나오던데… 누구쇼?”
누보는 이미 늦었다는 낭패감에 가슴이 저려 왔다.
“아칸 친구인데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글쎄, 잘 모르겠네. 아파서 안 나왔으면 집에 있겠지.”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없었다.
누보는 맥이 빠져서 터벅거리며 시장통을 빠져나왔다.
카잔도 옆에서 아무 말이 없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빛나는 태양을 받으며 양쪽에 호위무사를 거느린 개선장군이었던 누보가 완전히 패전 장군, 아니 도망병 신세가 되었다.
은전만 다시 찾을 수 있다면, 그래서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유리와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다.
마나헴의 채찍으로 등짝을 맞아서 돈을 찾을 수만 있다면 백번이라도 맞고 싶었다.
아무 말 없이 호텔 방으로 돌아온 누보를 카잔이 위로했다.
“너무 낙심하지 말게.
아직 젊으니까 건강만 잘 지키면 또 좋은 기회가 올 거야.”
누보가 대답이 없자 카잔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지난번 자네가 나에게 준 돈을 돌려줄 테니 그걸로 어머니와 이사할 집을 마련하도록 해.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내가 그걸 받을 수는 없지.”
“아니에요. 카잔 형님이 사마리아에 가서 쓰셔야지요. 따님도 찾아야 하고.”
“음, 나는 고향에 가서 또 할 일이 좀 있어.”
“무슨 일인데요?”
카잔이 콧수염을 한 번 만진 후 말했다.
“혹시 ‘황금 성배’라고 들어 봤나?”
“’황금 성배’라면 모세가 이집트 파라오에게 받았다는 기적의 잔을 말하는 건가요?”
“응, 그래. 바로 그 잔이지.”
“그 잔이 어디 있나요?”
카잔이 대답을 하려는데 호텔에서 일하는 나발의 친구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누보야, 아침에 그 여자가 또 왔어. 아래 로비에서 기다려.”
“응, 알았어. 곧 내려간다고 그래.”
누보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