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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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22화 ★ 나귀와 호산나

wy 0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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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니 시몬의 집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제자들은 예루살렘 입성을 위한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은 선선한 아침 공기가 상쾌하지만, 어딘지 가벼운 긴장감이 느껴졌다

 

제자 두 명이 선생의 지시로 옆 마을에 나귀를 가지러 갔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식당 주인 엘리아셀을 선두로 십여 명의 청년들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조금 전 도착한 구레네 시몬이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엘리아셀 구레네시몬collage.png

 

엘리아셀 님, 오늘 가게도 안 여시고 여기 오신 건가요?”

 

, 지금 가게가 문제가 아니지요

 

점심도 가게 문 닫고 모두 모이도록 했어요.”

 

잘하셨어요. 여기서 가는 사람들만도 백 명은 넘겠어요.”

 

그럼요. 여자들까지 세면 훨씬 더 되겠지요.”

 

사람들은 드디어 예루살렘에 들어간다는 흥분과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베다니에서 예루살렘까지는 걸어서도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잠시 후 예수 선생이 집에서 나왔고 베드로와 제자들이 뒤에서 따랐다.

 

마을 건너편에 제자 두 명이 나귀의 고삐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제자가 두터운 겉옷을 벗어 등에 얹으니 안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선생이 나귀 등에 오르자 많은 사람이 겉옷을 벗어 길에 펴 놓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길에 깔아 놓기도 하였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 찬미 받으소서,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도 호산나!"

 

스가랴 선지자의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지며 화려한 출발을 한 일행이 감람산 중턱에 이르자 선생은 아래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가난한 순례객들의 천막이 산기슭에 즐비했다.

 

선생의 고향인 갈릴리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많으리라.

 

호산나도우소서라는 뜻인데 예수 선생의 도움을, 아니 메시아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옷을 길에 까는 것은 왕의 즉위식 때 백성들이 경배를 표하는 행동이다.

 

선생은 이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계곡 건너편으로 보이는 예루살렘의 금빛 성전이 메시아를 부르고 있었다.

 

선생의 일행이 성전에 가까이 오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들었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 예수!를 계속 외치면서 종려나무 가지나 편백나무 잎사귀를 꺾어 흔들며 환호하는 군중들이 늘어났다.

 

그중 어느 바리새파 사람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선생에게 말했다.

 

예수 선생, 당신의 제자들이 저러는데 왜 말리지 않습니까?”

 

선생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만일 저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오.”

 

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과 주위 사람들은 용기백배했고, 이제 드디어 선생께서 모든 지지자의 요구를 들어주실 것으로 확신했다.

 

크게 환호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놀랍게도 선생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것을 나귀 옆에 가까이 있던 제자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선생이 넌지시 하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앞으로 언젠가 이 성전이 돌 하나 남김없이 무너진다.’라고 하신 것 같은데, 제자는 언제 왜 그런 일이 일어날지 관심도 없었다.

 

이런 예언은 위험했고 이런 행차는 성전의 지배층과 로마군의 표적이 되었다.

 

뒤에서 따르던 살로메가 요한을 불렀다.

 

점심 전에 내가 시온 호텔에 가 볼 테니 너는 선생님을 잘 따라다니며 모셔라.

 

이 많은 사람 중에 아무래도 야고보 말처럼 산헤드린의 스파이나 선생을 시험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 알겠어요.

 

눈이 아픈 여자분께 수요일 오시라고 해주세요.

 

여하튼 오늘은 첫날이라 말씀을 많이 하시기보다는 성전을 한 바퀴 돌아보실 듯해요.”

 

베다니는 해발 800m이고 예루살렘은 700m이니 가벼운 산책에 가까웠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나귀가 터벅터벅 내려와 성안으로 들어설 때는 따르는 무리가 처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판결문이오

 

간수가 식구통 안으로 두루마리를 던지며 말했다.

 

양피지로 된 두루마리의 끝은 봉해지지 않았다.

 

격식을 갖추거나 멀리 있는 사람에게 보낼 때는 양 끝을 촛농으로 잘 봉하지만, 죄수의 판결문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살몬이 집어서 바라바에게 건네주었다

 

바라바가 말없이 두루마리를 펴 보았다.

 

 

<산헤드린 최고재판소 최종 판결문>

 

피고 : 바라바 예수

 

직업 : 열성당 리더

  

주문 : 피고 바라바 예수는 열성당이란 불법 단체를 조직하여 국가 전복 음모를 꾸미고 실행하였다.

 

그가 스스로 본인이 한 일이라고 인정한 사건만 하더라도 밤 하늘의 별처럼 많다.

 

사회질서를 해치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극악한 폭력 행동을 계속하던 피고는, 지난 금요일 백부장 루고를 재판정에서 창으로 가슴을 관통하여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사건 당시, 수십 명의 열성당원이 합세한 것으로 보아 이것은 사전에 치밀히 계획하고 실행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에 본 재판부는 합의부 전원 일치의 판결로 피고에게 아래와 같은 선고를 내린다.

 

선고 감형 없는 사형 – 사형방법은 화형으로 하며 총독 승인 후 즉시 시행

 

증인 : 가낫세 변호사외 재판정 경비원 3

 

재판관 : 전원 합의부 가야바외 4인 

-이상 끝-

 

 

바라바가 읽어 본 후 옆에 있는 살몬에게 말없이 건네주었다.

 

이삭도 옆으로 다가와서 빠른 속도로 눈으로 읽었다

 

살몬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뭐 이렇게 내려올 줄은 알았지만, 막상 사형이라는 글자를 보면 영 기분이 안 좋을 거요.”

 

사형방법이 화형으로 되어 있네요? ”

 

군중을 선동하는 내란 음모죄를 엄히 다스려 주위에 경고를 하는 건데... 나무에 매달아 놓고 불을 붙이는 화형을 주로 합니다.”

 

그렇군요. 감형 없는 사형이란 건 뭔가요?”

 

산헤드린에서는 더이상 재심이나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의미지요

 

빌라도 총독만이 사형집행을 중지할 수 있습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을 깨고 요남이 살몬에게 물었다.

 

근데 화형을 하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불이 꺼지면 어떻게 되나요?”


그 경우는 사형수가 살아있어도 대개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인정되지.

 

하늘에서 그를 살리기 위해 비를 내리는 것은 사람의 판결에 우선하니까.”

 

요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산나: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이제 구원하소서 여호와여 우리가 구하옵나니 이제 형통하게 하소서’(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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