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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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88화 ★ 빈 무덤

wy 0 2024.05.15

바라바는 하루종일 혼자 생각에 골몰했다.

 

그동안 목숨이 위태로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며 여기까지 왔으나 그의 꿈은 오로지 루브리아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녀와 로마에 가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시원하고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카프리섬에서, 둘만의 행복한 삶의 보금자리를 꾸미는 희망은 바라바의 앞날을 가슴 벅차게 했었다.

 

루브리아와 신분의 차이는 있으나 로마는 세계의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며, 심지어 노예도 해방이 되면 지방 장관을 할 수 있는 나라였다.

 

작은 유대 땅에서 독립운동과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폭력 활동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바라바의 삶을 움직이고 풍요롭게 했던 목표가 사라졌다.

 

사라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은 후 그의 마음에 높은 파도가 밀어닥쳤다.

 

헤로디아의 계획은 루브리아를 로마 황제에게 소개시켜서 그녀가 황제 가문의 일원이 되면 그 덕을 보자는 것이고, 이것을 잘 알면서 왕비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루브리아를 바라바는 원망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를 구명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한 루브리아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그녀의 편지를 꺼내어 몇 번을 다시 읽어 보아도 이제 달콤했던 시절과 벅찬 꿈은 더 이상 바라바의 것이 아니었다.

 

로마에서 만나자는 말은 했지만, 그녀의 운명을 이제 그녀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바라바가 텐트에서 나와 예루살렘 시내를 내려다보니, 둥그런 황금빛 성전이 넘어가는 저녁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허무하게 지나가도 미소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금빛 성전의 영광과 아름다움이 스러지고 인간의 기쁨과 즐거움이 모두 지나간 후에 어떻게 미소지을 수 있을까.

 

감람산 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이 바라바의 얼굴을 스치며 지난 일들이 생각났다.

 

안나스 제사장에게 미움받아 새로 연 가게가 불타고, 그 충격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때 불을 낸 마나헴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뒤를 쫓으며 그를 괴롭히고 있다.

 

이후 열성당 활동을 하며 사무엘 님의 복수를 위해 사라를 도왔고, 우연히 루브리아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일, 그리고 어제까지만 해도 언제 나갈지 모르는 감옥에 갇혀있던 일들이 마치 남의 일처럼 스쳐 지나갔다.

 

또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고 그를 위해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텐트가 눈에 들어왔다.

 

바라바는 그동안 너무 자기 위주로만 살아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겉으로는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어려운 삶을 사는 듯했지만, 한 꺼풀만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스스로의 영광과 만족을 위한 나날이었다.

 

욕심과 교만이 그의 가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루브리아와의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잘못일 수는 없으나 동지들이 볼 때는 그것 역시 개인적인 욕심과 헛된 꿈으로 생각할 법했다.

 

지금 살아서 자유의 몸이 된 것은 나 하나를 위해 여러 사람이 감당키 어려운 사랑과 희생을 한 덕분이다.

 

루브리아가 그랬고 아몬과 헤스론을 비롯한 많은 동지가 그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나사렛 예수가 그랬다.

 

바라바는 이번에는 고향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를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에세네파의 신앙을 고수하며, 경건한 자세로 평생을 사신 아버지의 기도로, 지금 이런 생명과 자유를 되찾고 깨진 접시 같은 운명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바라바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라도 하듯 머리를 좌우로 몇 번 흔들었다.

 

목에 걸린 은목걸이의 무게가 살짝 느껴졌고 이삭 님이 준 편지도 생각났다.

 

우선 로벤과 동료들의 석방을 위해 칼로스를 만나는 것이 급선무다.

 

오늘 저녁 동료들과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을 하겠지만, 바라바의 눈길은 석양을 향해가고 있는 루브리아의 마차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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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다음 날 새벽 동이 틀 무렵, 막달라 마리아가 황급히 베드로와 요한을 찾았다.

 

그녀가 예수께 바르기 위한 향품을 가지고 무덤에 갔으나 무덤을 막을 큰 돌이 이미 굴려져 있고, 그 안에 들어가 보았더니 흰옷을 입은 한 젊은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하는 말이 예수 선생님이 살아나셨고 갈릴리로 가시니 전에 말씀하신 대로 거기서 그를 뵈리라하면서 이 말을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섭고 떨려서 무덤에서 도망 나와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두 제자에게 왔다는 그녀의 눈썹은 흥분과 긴장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베드로와 요한은 뛰다시피 하여 선생의 시신을 모신 아리마대 요셉의 가족무덤으로 향했고, 요한이 먼저 무덤에 도착하여 밖에서 들여다보니, 하얀 세마포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베드로가 곧 뒤따라와 먼저 무덤 안으로 들어갔고 요한도 들어가 보니 머리를 쌌던 수건은 세마포와 함께 놓이지 않고 딴 곳에 쌌던 대로 놓여 있었다.

 

그들은 놀라움과 불안감에 무덤을 빠져나와 누가 볼 새라 급히 왔던 길로 돌아갔다.

 

선생의 시신을 제자들이 빼돌렸다고 생각하면 대제사장과 로마 군인들이 그들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가야바가 빌라도 총독에게 *‘남을 속이는 예수가 살아 있을 때 말하되,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고 했는데, 제자들이 시신을 훔친 후, 백성들에게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면, 후의 속임이 전보다 더 클 것이오라고 하면서 사흘 동안 경비병들에게 무덤을 굳게 지키라고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주변을 살피며 빠른 걸음으로 예루살렘 성내에 들어온 두 제자는 일단 성전 옆에 있는 조용한 회당으로 들어갔다.

 

안식일 다음 날의 회당은 빈 무덤만큼 적막했다.

 

두 사람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누가 선생님의 시신을 가져간 걸까?”

 

이틀 새 많이 늘어난 베드로의 허연 수염이 듬성듬성 떨리는 듯했다.

 

글쎄요. 그럴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요한이 언뜻 생각나는 사람은 니고데모나 아리마대 요셉이었다.

 

그들이 어떤 이유에선지 선생님의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니고데모를 만나서 바로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마 막달라 마리아가 옮기고 나서 우리에게 와보라고 하진 않았겠지?”

 

그 여자가 무슨 힘으로 무덤 입구를 막은 큰 돌덩이를 옮기겠어요.”

 

요한의 대답에 베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요한이 다시 말했다.

 

사실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긴 했었지요.

 

사흘 후에 살아나신다고.”

 

, 그래. 나도 기억이 나네. 그래도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마리아가 본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은 천사였나?”

 

베드로의 말에 요한의 뇌리에 퍼뜩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혹시 다락방의 마가일까.

 

그는 늘 하얀 옷을 입고 다니고 선생님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베드로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요한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요한의 입이 열렸다.

 

여하튼 베다니에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지요.

 

오늘 아침에 고향 후배인 네리도 온다고 했어요.”

 

요한이 먼저 일어나자 베드로가 따라나섰다.  

 

*마태복음 27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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