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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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30화 ★ 루브리아를 카프리섬에 두고 가라

wy 0 2024.10.09

 

티베리우스 헤로디아 collage.png

빌라도를 움직인 것은 아그리파가 틀림없다.

 

일단 빌립이 다스리던 땅을 로마에서 직접 관리하게 한 후 칼리굴라가 황제가 되면 바로 아그리파가  분봉왕이 되는 것이다.

 

빌라도 입장에서도 통치 세력을 넓히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아군과 적군이 확연히 구분되었다.

 

프로클라 여사가 이런 내막을 알 텐데 아무 내색 없이 칼리굴라의 여동생에게 서신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무슨 함정이 있는 것이 아닌지 헤로디아의 어깨가 오싹했다.

 

노인의 음성이 천천히 들렸다.

 

빌라도를 추천한 사람이 세야누스였던가?”

 

, 그렇습니다. 폐하

 

노인이 또 말을 멈추었고 그의 질문은 많은 의미를 내포했다.

 

유대 총독의 의견이 나온 이상 그것을 무시할 수 없겠지.

 

원로원에서 토론에 부쳐 결론을 내야겠네. 반년 내에 할 수 있을까?”

 

, 폐하. 서둘러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헤로디아는 일단 황제의 뜻과 방향에는 안도했으나 이번 기회를 좀 더 확실히 이용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폐하, 실은 제가 폐하께 따로 드릴 말씀이 좀 있습니다.”

 

황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노미우스가 조용히 일어나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헤로디아가 가벼운 한숨을 내쉰 후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저는 폐하를 뵐 때마다 폐하께서 이렇게 강건하신 것이 로마제국 모든 시민의 홍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고약한 사람들이 뒤에서 폐하를 음해하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까는 너무 불경스러운 말씀이라 모른다고 했습니다만 누가 그런 소문, 절벽에서 어린 소년 소녀들이 떨어져 죽는다는 소문을 내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노인 황제가 아무 말 없이 헤로디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바로 아그리파입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배은망덕한 짓을 할 수 있는지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밀고 속이 상해서 눈물이 납니다. 폐하!”

 

그녀의 눈이 발개지면서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내렸다.

 

차마 이런 말씀까지는 안 드리려 했는데 아그리파는 폐하를 늙은 늑대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폐하의 건강이 안 좋다는 헛소문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저의 불경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폐하!”

 

헤로디아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황제의 반응을 살폈다.

 

“’늙은 늑대허허, ‘늙은 염소보다는 낫구먼.

 

늙기는 했지만 건강은 아직 괜찮은데. 안 그런가?”

 

, 그럼요. 지금 50대로 보이십니다. 폐하

 

내가 앞으로 적어도 3년 정도는 문제없을 거요.

 

빌립의 영토는 원로원에서 일단 로마 직속으로 통치하는 안을 부결시킨 후 헤롯왕의 영토에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할 테니 왕비만 알고 있으시오.”

 

헤로디아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만수무강 하시옵소서.”

 

고맙소. 헤로디아는 여기에 얼마나 더 머무를 예정이오?”

 

마음 같아서는 폐하를 모시고 오래 있고 싶지만 허락하신다면 모레쯤 로마로 떠날까 합니다.”

 

노인이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창문 밖으로 향했다.

 

헤로디아가 지금 좀 더 일을 확실히 매듭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폐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아그리파를 그냥 두시면 그가 지껄이는 헛소문을 사람들이 믿게 되고 폐하의 공덕에 흠이 될까 두렵습니다.

 

아그리파를 엄벌에 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인이 별 대꾸를 안 하더니 다른 질문을 했다.

 

헤로디아는 로마에 가서 누구를 만날 생각인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당황했으나 루브리아와 같이 칼리굴라를 만나려 한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노회한 황제에게 자칫 눈 밖에 났다가는 빌립의 영토가 다시 날아갈 것이다.

 

루브리아가 어렸을 때 칼리굴라와 게르마니아 전장에서 같이 자랐다는 설명도 첨부했다.

 

노인의 눈썹이 몇 번 꿈틀거렸다.

 

로마인 특유의 높고 날카로운 콧날이 아직도 무척 강인해 보였다.

 

황제가 또 천천히 의미 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클라우디우스는 나이가 40인데 아직도 역사책에만 파묻혀 살고 있지.

 

건강이 안 좋아 걸을 때 약간 다리를 저는데 심성이 고운 사람이라네.

 

웬만한 역사학자보다 탁월한 안목과 지식을 가지고 역사책을 집필하고 있는데 곧 3권이 발간될 거야.

 

나중에 한 번 읽어 보시게.”

 

, 폐하. 꼭 읽어보겠습니다.”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속마음은 반대였다.

 

골치 아프게 무슨 역사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답답했다.

 

, 그리고 칼리굴라는 얼마 전에도 여기 와서 한동안 나와 같이 지냈지.

 

23살인데 보기보다 머리가 상당히 잘 돌아가는 젊은이라네.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을 잘 기억하고 본능적으로 정치적 감각이 있어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마음이 깊이 병들어 있지

 

나에 대한 오해도 있고.”

 

왕비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 폐하. 그래서 아그리파 같은 사람이 그 옆에 없어야 합니다.”

 

노인이 또 대꾸 없이 계속 말했다.

 

게멜루스는 마음이 바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 나이가 어려요.

 

17살인데 20살만 되면 지금보다 더욱 뛰어난 젊은이로 성장할걸세.

 

세 사람 다 내 피를 받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요?”

 

, 폐하

 

헤로디아는 노인이 3년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 성싶었다.

 

로마에 가면 지금 내가 말한 세 사람에게 모두 인사하도록 해요.”

 

, 알겠습니다. 폐하

 

지금 말을 듣고 보니 루브리아는 칼리굴라가 아니고 게멜루스와 결혼을 시키는 것이 좋겠는데 그가 아직 좀 어린 것이 문제다.

 

헤로디아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노인이 혼잣말처럼 다시 입을 열었다.

 

아그리파를 칼리굴라 옆에서 떼어 놓아야겠군.”

 

정신이 번쩍 든 왕비가 얼른 말했다.

 

, 폐하. 당분간 감옥에 가두어 반성을 좀 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자기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뉘우치겠지요.”

 

, 그렇게 하도록 하지.”

 

헤로디아의 입이 귀에 가 걸렸다.

 

나도 왕비에게 부탁이 하나 있소.”

 

분부만 내리십시오. 폐하

 

그녀가 머리를 조아렸다.

 

로마로 갈 때 빕사니아, 아니 루브리아를 여기 두고 혼자 떠날 수 있으면 좋겠소.”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노인을 보니 그의 눈이 독수리 눈같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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