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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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88화 ★ 시몬 교주를 만난 사라와 호란

wy 0 2025.04.30

 

다음날 일찍 사라와 호란은 미트라교 성전으로 시몬 교주를 만나러 갔다.

 

사라가 열성단 단장의 특사 자격으로 단장의 서신을 전하기 위해 갈릴리에서 왔다고 하니 비서실 직원이 곧 접견실로 안내해 주었다.

 

황소를 숭배하는 무서운 이교 집단으로만 들었는데 분위기가 오히려 밝고 사람들도 상냥해 보였다.

 

접견실에서 잠시 기다리니 키가 크고 턱수염을 단정히 기른 40대 남자가 들어오며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미트라교의 시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목소리가 부드러우면서 위엄이 있었다.

 

사라와 호란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열성단에 계신 것은 상상하지 못 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중 한 사람이 오신 줄 알았어요.”

 

저희도 교주님이 무섭게 생긴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상이 좋으시네요.”

 

사라가 적당히 맞받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허허, 사람들이 잘 모르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황소를 죽이고 그 피를 제단에 바친다는 소문만 너무 퍼져서 그런데, 사실 그런 행사는 1년에 한 번밖에 하지 않습니다.

 

유대교의 시조 아브라함은 자기 자식 이삭을 죽이려고까지 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아브라함이 실제로 이삭을 죽인 것은 아니니까 비교하기가 어렵지요.”

 

사라의 반론에 시몬이 눈으로 살짝 웃더니 다시 말했다.

 

우리는 세상 모든 일에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동기가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즉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느냐가 선악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 거지요.

 

세상에 빛을 밝히는 힘은 오직 선한 의도입니다.

 

미트라교는 태양신도 흡수했는데, 그래서 1225일이 가장 큰 축제일이지요.

 

1년 중 밤이 가장 짧고 그날부터 낮이 길어지는 빛의 축제가 시작되니까요.”

 

인사는 이 정도로 되었고 이제 바라바의 서신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호란이 입을 열었다.

 

시몬 사라 호란 collage.png

 

제 할아버지가 에세네파의 빌립 님이세요. 얼마 전에 돌아가셨지요.”

 

시몬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빌립 선생님이 돌아가셨군요.

 

, 그러니까 벌써 15년 전이네요.

 

그때 내가 선생님 밑에서 잠시 명상 훈련을 받았지요.

 

! 그럼 그때 따라다니던 꼬마가 혹시?”

 

, 바로 저예요. 그때는 턱수염이 없으셨지요?”

 

그랬지. 그러고 보니 호란 씨도 그때 똘똘하던 아이의 모습이 남아 있네요허허.”

 

수염을 만지며 웃는 시몬의 모습은 사람 좋은 동네 아저씨 같았다.

 

빌립 선생님의 서거는 에세네파의 기둥이 무너진 것과 같은데늦게나마 손자인 호란 씨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 기억에는 그때 교주님이 갑자기 사라지셔서 할아버지께서 충격을 많이 받으셨는데 왜 그러셨나요?”

 

호란이 바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시몬이 얼굴이 굳어지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 황금 성배 때문이었지그때는 젊은 혈기만 너무 앞서 가지고.”

 

그가 의외로 황금 성배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사라와 호란의 눈동자가 커졌다.

 

마침 여비서가 가지고 온 차를 한 모금 천천히 마시고 시몬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언젠가 빌립 선생님을 만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손자에게 대신 하게 되었네.

 

당시 나는 명상 수련을 할수록, 이렇게 개인의 구원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소.”

 

시몬의 눈이 다시 반쯤 감기며 긴 한숨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났다.

 

그러니까 에세네파의 고립주의로는 세상의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여 쿰란의 조직을 더욱 외부로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했지요.

 

비록 예루살렘 성전이 자격 없는 제사장들에게 점령당했고 수많은 시민이 억울하게 고통받고 있지만 거기서 도피하지 말고 그 가운데로 들어가자는 주장이었소.

 

아마 지금도 일부 에세네파의 젊은 사람들은 내 뜻에 동조할 것이오.”

 

그래서 황금 성배를 가지고 에세네파를 떠나셨나요?”

 

호란이 그래서 성배를 도둑질했나요?’라는 질문을 부드럽게 바꾸었다.

 

시몬이 호란의 속내를 읽은 듯 잠시 대답을 안 하고 허공을 쳐다보았다.

 

성배의 보물을 찾아서 에세네파의 세력을 우선 갈릴리 지역으로 확장하려고 했었지.

 

빌립 선생님은 물론 반대하셨지만, 당시 나는 그 길만이 바른길이라고 믿었고.”

 

시몬이 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 계속했다.

 

보물은 찾지 못했지만 그 후 나는 꽤 큰 돈을 벌게 되었소.

 

예루살렘에서 만난 마술사 호니 선생 밑에서 의술을 배웠고 귀신 들린 사람을 고쳐주는 마술사로서 명성을 얻었지.

 

사람들이 돈을 싸 들고 오더군.

 

그러다가 페르시아에서 온 새로운 종교 미트라교의 진리를 알게 되었지요.”

 

, 교주님 말씀은 대충 알겠고요, 오늘 우리가 온 목적도 황금 성배 때문입니다.”

 

사라가 품안에서 바라바의 서신을 꺼내주었다.

 

서신을 한눈에 읽은 시몬의 표정이 별 변화가 없었고 고개만 한 번 갸우뚱했다.

 

언젠가는 에세네파에서 이런 요구를 할 것으로 생각했었소.

 

그런데 열성단의 바라바님이 에세네파인지는 몰라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말씀을 하네요.

 

갈릴리 열성단과 우리 미트라교는 이번에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했는데 바라바 단장님께서 아직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갈릴리 열성단과 미트라교가요?”

 

사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습니다. 내가 이번에 갈릴리 열성단의 나발 단장을 만나고 왔지요.

 

젊은이가 의욕과 패기가 넘치고 20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했어요.

 

나발 단장과 우리 미트라교는 종교와 인종을 떠나 서로 협력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번영과 평화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로 합의했지요.”

 

나발은 갈릴리 열성단 대표가 아니에요. 교주님이 속으신 거예요.”

 

시몬이 사라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가버나움 교외에 있는 갈릴리 열성단 본부에서 그들의 훈련 모습을 보았어요.

 

2천 명이 넘는 열성단원이 일사불란하게 그의 지시를 따르고 있던데요.”

 

나발은 갈릴리 열성단 단장이 아니라 부장이에요!

 

갈릴리 열성단을 훈련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 조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할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더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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