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배경

NOVEL

소설

허구의 세계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목소리.
장편 「소설 바라바」를 비롯한 이야기의 숲.

소설 바라바

바라바 472화 ★ 머리 깎은 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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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72화 ★ 머리 깎은 네리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따스해졌다.

 

갈릴리 해변에 어부들의 손길이 바빠졌고, 사라도 예전에 했던 생선 가게를 다시 시작했다.

 

열성당 자금만 빼먹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누보 부부가 운영을 도맡아 하기로 하였다.

 

바라바 오빠에게 쓴 서신은 지금쯤 로마에 도착했을 것이다.

 

사실 그녀는 여러 번 서신을 고쳐 썼는데 처음에는 원망과 비난의 말도 썼다가 결국 모두 지워버렸다.

 

또 바라바 오빠가 로마에서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자신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도 마지막에 빼버렸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말만 써서 보내기 힘들었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길어봐야 앞으로 1년 안에 바라바 오빠가 돌아올 것이고 그때까지는 열성당 부단장으로써 할 일을 다 하고 결혼문제는 그 후에 결정하면 될 것이다.

 

미사엘 님도 그런 사정을 잘 이해하고 더 이상 장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나 재촉이 없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인데 어떤 때는 과연 자신이 미사엘님과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이 차이도 10년 이상이지만 그보다 여자로서 설레고 가슴 두근거리는 연모의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누보와 유리 부부를 보더라도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 사는 것이 부부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질 때가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사라는 집에서 생선요리를 해서 요셉 아저씨에게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신에 쓴 대로 1주일에 한 번은 사라가 아버지를 만나고 식사를 같이하는 것을 알면 바라바 오빠가 많이 고마워할 것이다.

 

그분은 아직도 사라를 당신의 며느릿감으로 알고 계시고 바라바가 돌아오면 틀림없이 결혼할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쓰라렸다.

 

요셉 아저씨가 점심을 일찍 드시니까 늦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는데 누가 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생각하며 문틈으로 내다보니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며 사라는 문을 열었다.

 

네리 씨, 갑자기 웬일이야?”

 

그녀의 눈이 커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머, 머리를 짧게 깎았네!

 

네리가 빙그레 웃으며 문밖에 서 있었다.

 

네실인으로서 항상 어깨까지 치렁치렁 기른 머리가 그의 상징이었는데 단정하게 깎은 머리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집 안으로 들어온 네리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맛있는 생선 굽는 냄새가 나네요.”

 

점심 안 했으면 여기서 같이 해요.”

 

사라는 그에게 이제 막 나가려는 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네리가 지난번 쿰란 동굴까지 같이 가며 고생했는데 보물 대신 항아리가 나오니 허탈한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헤어진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요셉 아저씨 댁에는 저녁때 가도 되는 일이었다.

 

네리는 사양하지 않고 바로 식탁에 앉았고 사라가 곧 부엌에 가서 막 구운 싱싱한 생선과 빵을 가지고 들어왔다.

 

사라 님, 혹시 포도주는 없나요?”

 

어머, 네리 씨가 이제 포도주까지 찾는 것을 보니 네실인 서원 기간이 끝났나 보네. 잠깐만 기다려요.”

 

그러고 보니 네리가 머리를 자르기도 했지만 어딘가 좀 풍기는 기운이 예전과 다른 것을 느꼈다.

 

몇 달 사이에 훨씬 성숙해진 듯싶었다.

 

급히 따라온 큰 백포도주 잔을 들며 사라가 말했다.

 

네실인 서원 기간이 끝난 것을 축하해요.”

 

네리가 잔을 들고 아무 말 없이 한 모금 마신 후 눈썹을 찌푸렸다.

 

술이라는 게 이런 거군요3년 만에 마시니 참 독하네요.”

 

나도 몇 달 만에 마시면 금방 취해요.

 

오늘 네리 씨가 잘못하면 취할 것 같네. 호호.”

 

노릿하게 잘 구워진 생선에서 하얀 김이 솟아 나왔고 네리가 바쁜 동작으로 한 마리를 금방 해치웠다.

 

요셉 아저씨에게 저녁에 가지고 갈 생선을 다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항아리 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왔어요.”

 

포도주잔을 천천히 들어서 반쯤 비우고 그가 계속 말했다.

 

네실인 서원 기간도 사실은 일 년 더 남았는데 제가 스스로 파기했어요.”

 

어머,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예루살렘 나사렛 파에?”

 

글쎄요. 아무 일도 없었지만 제 마음속에는 큰 일이 있었지요.”

 

머리를 자르고 면도를 말쑥히 한 네리가 사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제 인생을 살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네실인도 내가 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었듯이 나사렛파의 지도자들을 무조건 따르는 삶도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란 확신이 들었어요.”

 

느닷없는 그의 심각한 발언에 사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사렛파의 지도자들이라면 야고보 님이나 요한 님을 말하는 건가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네리에게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네요. 요한 님은 아주 좋은 분 같은데

 

,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지요.

 

베드로 님도 그렇고요하지만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생각이 저와 달라서 더 이상 그분들을 따를 수 없고 네실인 서약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동그래진 사라의 눈동자가 네리의 다음 말을 재촉했다.

 

그 생각만큼은 제가 이 세상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확신이 있는데 바로 예수 선생님이 어떤 분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 저는 그분의 가르침과 사랑이 인종과 지역을 초월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사렛파에서는 오직 유대인들만을 위한 분이었다고 믿고 있지요.

 

예를 들면 다윗 왕국과 유대 12지파의 온전한 복원을 무엇보다 중요시합니.”

 

내 생각도 그건 네리씨와 같아요.

 

내가 사마리아에 갔을 때 그 분의 가르침이 거기까지 확실히, 아니 오히려 더 강하게 전파되고 있었어요.”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예수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넘치고 그분의 부활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선생님을 하나님과 같은 분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 믿지 않아요. 그분은 하나님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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