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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소설

허구의 세계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목소리.
장편 「소설 바라바」를 비롯한 이야기의 숲.

소설 바라바

바라바 475화 ★ 아버지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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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75화 ★ 아버지의 잔치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상황에 숙제가 하나 더 생긴 루브리아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길게 새어 나왔다.

 

헤로디아 왕비의 분노와 집념이 짧은 글에 절절히 배어 있었다.

 

시저를 언급한 것도 뭔가 복수심을 느낄 수 있었고 갈리아로 유배 아닌 유배를 가면서도 엄청난 재산을 챙기고 떠난 수완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서신을 두 번 읽는 사이 식어버린 우유를 루브리아는 씹듯이 천천히 마셨다.

 

아무래도 다시 눕는 것보다는 조금 일찍 준비하고 나사렛 모임에 미리 가는 것이 좋을 듯했다.

 

바라바 님도 그동안의 소식이 궁금해서 일찍 나올 것 같았다.

 

루브리아는 오늘 모임에 음식 외에도 약간의 헌금을 따로 준비해 갈 생각이었다.

 

아직 사람들이 그녀의 신분을 모를 때에 순수한 마음으로 나사렛 모임을 위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모임에 먼저 일찍 갈 테니 음식 준비를 서두르라고 유타나에게 알린 후 루브리아는 가볍게 목욕을 했다.

 

제비꽃 향내가 나는 온탕에 몸을 담그며 고개를 숙여 알맞게 솟아오른 가슴과 굴곡진 허리, 대리석 기둥 같은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 몸에서 장차 로마제국의 황제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칼리굴라가 열띤 표정으로 수만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그를 칭송하는 환호성 가운데 황제의 부인과 어린 아들이 같이 열병식을 거행하는 장면이 그녀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헤로디아 왕비도 그 뒤에서 만족한 미소를 띠고 루브리아에게 손짓을 한다.

 

그러다 불쑥 그녀의 얼굴이 울고 있는 갓난아기의 얼굴로 바뀌었고, 어디서 본 듯한 그 얼굴은 바로 목에 뱀 자국이 있는 아기 네로였다.

 

헉 소리를 내며 루브리아가 온탕에서 몸을 일으켰다.

 

권력의 달콤함이 얼마나 강렬한지, 단지 한 번 귀로 들은 황제의 아기를 낳는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은밀히 마음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헤로디아 왕비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넓고 하얀 수건으로 온몸의 물기를 닦고 눈에 띄지 않는 긴 회색 옷을 걸친 루브리아는 눈에만 가벼운 화장을 했다.

 

잠시 후 나사렛 모임에 도착한 그녀를 유니아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늘은 루브리아 님이 좀 일찍 오셨네요. 혼자 오셨나요?”

 

아니에요. 유타나는 곧 올 거예요. 음식을 좀 준비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두 분 덕택에 오늘 모임도 즐거운 잔치가 되겠네요.

 

나사렛 예수님은 우리에게 매일매일을 잔치에 초대받아 마음껏 즐기는 사람처럼 살라고 하셨지요.

 

초대한 분이 우리의 아버지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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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받고도 못 가는, 아니 안 가는 사람이 많지요.

 

그런데 제가 유니아 님께 따로 할 말이 좀 있는데요.”

 

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화가 든 주머니를 얼떨결에 받고 내용물을 확인한 유니아가 감격했다.

 

이것을 제가 드렸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에 제가 바라바 님과 단둘이 대화를 좀 해야 하는데 이 방을 좀 빌려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지난번에 왔던 키 크고 믿음직하게 생긴 분이지요?

 

제가 밖에 있다가 오시면 이 방으로 안내할게요.”

 

유니아가 나가려다가 한 마디 더했다.

 

잘은 모르지만 두 분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로마 황제의 부인이면 뭐 하겠어요.

 

아버지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는데요.”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그녀의 말에 루브리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노크 소리가 나고 바라바 님이 혼자 들어왔다.

 

유타나 씨도 지금 막 같이 들어왔어요.

 

맛있는 음식을 많이 싸 가지고 왔네요.

 

예배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하하.”

 

바라바가 아무 걱정 없는 목소리로 명랑하게 계속 말했다.

 

그동안 성전세 인하 문제는 황제에게 부탁해 보셨나요?”

 

원로원에서 통과되어 올라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신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려운 문제가 좀 생겼어요.”

 

바라바의 얼굴이 밝아졌다가 곧바로 굳어졌다.

 

루브리아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바라바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마른침만 삼켰.

 

노크 소리가 나며 유타나의 음성이 들렸다.

 

아가씨, 사람들이 다 모여 있어요.

 

음식을 먼저 먹자는 사람도 있고요. 호호.”

 

, 금방 나갈게.”

 

루브리아가 바라바의 손을 잡으며 나직이 말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제 마음은 전혀 흔들림이 없어요.

 

우선 청원서가 언제 원로원을 통과할지 좀 알아보세요.

 

저도 어떻게 시간을 끌어야 할지를 좀 더 생각해 볼게요.”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곧 예배가 시작되었다.

 

유니아가 앞으로 나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도를 인도했다.

 

나사렛 예수님, 막달라 마리아는 살아나신 선생님을 처음 보고도 동산지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자 비로소 그녀는 선생님하면서 부활하신 당신을 만납니다.

 

저희도 지금 곁에 있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계신 당신을 알지 못할 때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것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큰 은총입니다.”

 

천천히 기도를 끝낸 유니스가 참석한 사람들을 돌아보며 계속 이어 나갔다.

 

예수님의 조상이신 다윗왕의 기록된 말씀을 읽겠습니다.

 

내가 고난을 받을 때에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여 주시고 주님께서 나를 넓은 곳에 세우셨다.

 

주님은 내 편이시므로, 나는 두렵지 않다.

 

사람이 나에게 무슨 해를 끼칠 수 있으랴!’”

 

유니아가 힘을 주어 이 대목을 읽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며 출입문이 크게 열리고 무장한 로마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언뜻 보아도 50명은 넘는 숫자가 무장을 하고 참석한 사람들을 포위한 후 출입문을 봉쇄했다.

 

여기서 황제 폐하를 비난하는 모임이 열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소.

 

아무도 꼼짝하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