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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허구의 세계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목소리.
장편 「소설 바라바」를 비롯한 이야기의 숲.

소설 바라바

바라바 476화 ★ 대표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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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76화 ★ 대표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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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싼 군인들의 제복을 보니 황제 근위대의 복장이었다.

 

백부장 복장에 얼굴이 바짝 마른 큰 키의 사내가 유니아가 서 있는 강대상 앞으로 다가갔다.

 

당신이 이 모임의 대표자요?”

 

대표는 아니고 오늘 모임의 사회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임에서는 로마 황제 폐하를 비난한 적이 전혀 없어요.”

 

키 큰 백부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유니스를 위아래로 한번 보더니 계속 말했다.

 

이 모임의 대표는 누구요?”

 

지금 이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백부장이 고개를 돌려 참석자들을 죽 훑어보았다.

 

루브리아와 눈이 마주쳤고 건너편에 앉은 바라바와 호란을 주시하는 듯싶었다.

 

30여 명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여자였고 남자들은 모두 합쳐 5~6명밖에 안 되었다.

 

왜 모임의 대표가 여기 없는 것이오?”

 

그분은 아직 로마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요?”

 

유니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사렛 예수님이신데 다윗왕의 자손으로서 우리의 메시아 되십니다.”

 

당신들은 유대인 같은데 왜 유대인 회당에서 집회를 하지 않고 당국의 허락도 없이 은밀히 이런 모임을 하는 것이오?”

 

앞줄에 앉아 있던 루포가 손을 들고 말했다.

 

백부장님, 저희 모임은 유대교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대표가 달라서 따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당국에 집회 허가 신청을 냈으니 곧 허가도 나올 것입니다.

 

로마 광장 경찰서의 파곤 팀장님도 저희 모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로마법에 어긋나는 일도, 황제 폐하를 비난하는 일도 일절 하지 않습니다.”

 

백부장이 슬며시 웃으며 시선을 유니아에게 돌렸다.

 

“’예수라는 대표가 나사렛에서 언제 여기 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는데 곧 오신다고 했습니다.”

 

, 여하튼 신고가 들어왔으니 참석자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오늘은 우선 몇 사람만 우리와 같이 가도록 합시다.”

 

그의 시선이 건너편으로 향했다.

 

저쪽에 있는 남자 두 사람.”

 

백부장의 손가락이 바라바와 호란을 가리켰다.

 

뒤에 서 있던 로마군 몇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밧줄로 두 사람을 묶었다.

 

백부장님, 저분들은 우리 모임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이라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를 데리고 가시면 제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루포의 말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백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소원이면 당신도 같이 가도록 하지.

 

죄가 없으면 어차피 모두 곧 풀려날 테니까.”

 

말을 마치자 군인들은 들어올 때처럼 빠른 속도로 세 사람을 묶어서 데리고 나가 버렸다.

 

바라바가 나가면서 루브리아와 짧게 시선을 교환한 것이 전부였다.

 

루브리아는 몇 번이나 본인의 신원을 밝히고 백부장의 행동을 제지할까 생각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일이 복잡하게 될 것 같아 망설였다.

 

하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면서 나서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루포가 같이 갔으니 설명을 잘해서 곧 모두 나올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유니아가 루브리아의 옆에 와 말했다.

 

, 그래야지요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나요?”

 

처음이에요. 경찰이 들어온 적은 있었는데 잠깐 둘러보고 그냥 나갔었어요.

 

지금은 복장이 경찰은 아니고 군인 같던데 정신이 없어서 누군지 묻지도 못 했네요.”

 

제가 알기로는 황제 근위대 복장이에요.

 

그런데 우리 모임에서 황제를 비난한 적은 정말 전혀 없나요?”

 

유니아의 눈동자가 좌우로 몇 번 움직였다.

 

비난한 적은 없어요. 우리도 그 정도는 조심하고 있지요.

 

다만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말은 했는데 어쩌면 누가 이 말을 듣고 신고를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우스신 같은 것은 원래 그리스 때부터 있었지만, 초대 황제가 죽은 후 계속 황제를 신으로, 심지어 지금 칼리굴라는 살아있으면서 스스로를 신이라 하는데 우리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지요.”

 

그 말을 들으니 눈썹을 찌푸리며 화가 난 황제의 얼굴이 번개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오늘 이만 가봐야겠어요. 다시 연락할게요.”

 

서둘러 일어나는 루브리아에게 유니아가 머리를 숙였다.

 

너무 걱정 마세요. ‘사람이 나에게 무슨 해를 끼칠 수 있겠냐고 하신 다윗왕의 말씀을 잘 기억하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루브리아가 유타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황제궁으로 바로 가봐야겠어.

 

생각할수록 그 백부장이 그냥 온 것 같지가 않아.

 

바라바 님과 호란을 콕 찍어서 데리고 간 것을 보면카시우스 근위대장을 만나봐야겠어.”

 

집에서 옷이라도 갈아입고 가시지요. 아가씨

 

아니야. 당장 마차를 돌리라고 해. 황제궁으로

 

유타나의 지시로 마부가 방향을 반대쪽으로 돌리는 사이 황제궁에서는 아그리피나와 칼리굴라가 은밀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잘했어요. 오빠. 여자는 동생 말고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요.”

 

황제가 입술을 내밀고 둥그런 눈을 껌벅거렸다.

 

그동안 내가 조사한 것이 틀림없어요.

 

루브리아는 유대 땅에서 사귀던 남자가 있었고 오늘 유대교 모임에서 둘이 따로 만나는 것을 확인한 후 대기하던 근위대를 투입한 거예요.”

 

말없이 어깨를 들썩하는 칼리굴라에게 동생이 계속 말했다.

 

나도 루브리아가 총명하고 의전 관계일을 잘한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주위에 남자가 있으면 언제 무슨 일을 할지 몰라요.

 

나머지 일은 내가 다 조용히 처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