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 477화 ★ 근위대장 카시우스의 눈동자
카시우스 근위대장이 갑자기 찾아온 루브리아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부관을 불러 알아보라 했다.
“루브리아 님, 그들이 황제 폐하를 비난한 사실이 없으면 아무 일이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구레나룻을 쓰다듬으며 여유 있게 말하는 그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 같은 의심이 들었다.
여비서가 향기 나는 차를 가지고 왔으나 마시고 싶지 않았다.
“저도 유대 땅에 몇 년 있었지만 유대인들의 고집은 알아줘야 합니다.”
루브리아는 예의상 찻잔을 입에 살짝 가져다 댄 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루브리아 님이 아실지 모르지만 저는 미트라교 신도입니다.
로마의 군인들 사이에 크게 교세가 확장되고 있지요.
물론 우리는 미트라 신을 가장 존중하지만 제우스 신이나 다른 신들도 인정하지요.
유대인들은 그런 면에서 아주 꽉 막혔어요. 불쌍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어쩌면 로마에서 미트라 신이 제우스신을 능가할지도 모릅니다.
아, 제가 지금 한 말은 황제께는 비밀입니다. 하하.”
근위대장이 소탈하게 웃는데 부관이 들어왔다.
“그래, 무슨 일인지 알아봤나?”
부관이 대답 대신 작은 쪽지를 대장에게 건네었다.
카시우스가 두터운 눈썹을 꿈틀거리며 쪽지를 살폈다.
루브리아의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근위대장이 부관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돌려 루브리아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루브리아 님.”
근위대장이 나간 방에서 혼자 앉아 있는 루브리아의 귀에 자신의 심장 박동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듯한데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에 머리가 다시 어지럽기 시작했다.
루브리아는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유니아의 당부를 생각했다.
‘사람이 우리에게 무슨 해를 끼칠 수 있겠냐’라는 다윗의 말인데 로마 황제가 사람이 아니고 신이라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지된 듯한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찻잔의 차를 다 마시니 카시우스가 돌아왔다.
그의 안색이 확연히 아까와는 달리 긴장한 모습이었다.
루브리아가 질문하기 전에 근위대장의 입이 먼저 열렸다.
“제우스 신전을 모독하고 초대 황제 폐하의 신격에 대한 비난 혐의로 세 사람을 체포했더군요.
키벨레 신전에서 고발이 들어왔는데 자세한 조사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습니다.”
카시우스의 눈동자가 루브리아의 시선을 피해서 흔들렸다.
“그 세 사람 중 적어도 두 사람은 내가 확실히 신원을 아는 사람들이에요.
절대로 황제 폐하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랬으면 다행이지요.”
아무 표정 없이 이렇게 말하며 근위대장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지금 황제 폐하는 집무실에 계신가요?”
“네, 계십니다.”
루브리아가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데 그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루브리아 님, 제가 지금 꼭 한 가지 충고를 해드린다면 제 말씀을 듣겠습니까?”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치며 부서졌다.
“지금은 황제 폐하를 만나실 때가 아닙니다.
제 말을 믿으시고 그냥 돌아가세요.
루브리아 님을 위해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카시우스의 주름진 눈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저는 근위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로무스 장군님을 존경하고, 오래전 게르만 전투에서 황제 폐하와 루브리아 님의 어린 시절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작은 오해가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시간을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제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지금 황제 폐하를 만나시면 안 됩니다.”
루브리아는 아빠의 이름까지 거론하는 카시우스의 말에 일의 심각성을 더욱 느꼈다.
동시에 바라바 님에 대한 염려에 얼른 일어서서 나갈 수도 없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신다는 것이 무슨 말씀인가요?
구레나룻이 움직이며 근위대장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스쳤다.
“저는 유대인들의 습성과 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가볍게 보고 힘으로만 누른다면 우리 로마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지요.
폐하나 주위 분들은 이런 점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가능한 제가 조언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저의 능력에 한계가 있겠지만요.”
“네, 유대인들은 로마 황제와 그들의 신 여호와 중 억지로 택하라면 대부분 신을 택하지요.
그러니까 그들을 그렇게 선택하게 만들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루브리아의 검고 아름다운 눈이 걱정으로 촉촉하게 젖어 보였다.
‘오늘은 그럼 대장님의 말씀을 믿고 그냥 가도록 하겠습니다만…며칠 안에 그들이 풀려나지 않으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카시우스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근위대장님은 만약 미트라 신과 황제 폐하 중 한쪽을 택하라면 당연히 폐하를 택하겠지요?”
“네, 아마 그럴 겁니다. 저는 유대인이 아니니까요.”
카시우스가 한 박자 쉬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저는 군인이라서 로마제국과 황제 중 택일하라면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랄 뿐이지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하고 일어서는 루브리아에게 카시우스가 문 앞까지 따라 나오며 물었다.
“루브리아 님은 검투사 경기는 취미가 없으시지요?”
“네, 저는 너무 잔인한 경기는 별로 안 좋아해요.”
근위대장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루브리아는 다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유타나가 대추야자를 한 개 건네주었으나 먹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