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 479화 ★ 식인 곰치연못
다음 날 오후 루포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루브리아는 서둘러 그를 만나러 나사렛 모임이 있는 가이오 님의 집으로 향했다.
끄무레하던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몇 번 크게 들리더니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마를 끄는 노예들에게 미안했지만 멈추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루포와 유니아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포의 행색이 멀쩡하고 루브리아를 보며 여유 있게 웃는 모습에 약간 안심이 되었다.
얼굴색은 갈색이지만 그리스인처럼 콧날이 반듯한 루포가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우리 세 사람을 따로 격리해서 질문했어요.
제가 우리 모임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다른 두 분은 내용을 잘 모르니 먼저 내보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상하게 제가 먼저 나왔네요.”
“무슨 질문들을 했나요?”
루브리아가 물었다.
“저에게 한 질문은 주로 예수 선생님에 관한 질문이었어요.
모세님과 예수님은 어떤 관계냐, 그분이 다윗왕의 자손이라는 증거가 있느냐, 유대인은 왜 그리스인과 사이가 나쁘냐, 뭐 그런 것들인데 제가 경찰서에 잡혀갈 때마다 듣는 질문들이지요.”
유니아가 옆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바라바 님과 호란 씨가 그런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해서 못 나오는 건 아닐 텐데…”
루브리아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루포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이 마지막 질문으로 유대교의 여호와 신과 미트라 신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고 물었어요.
제가 여호와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왜 지금 미트라교가 이렇게 로마에 번성하느냐고 하더군요.
황실 근위대장도 독실한 미트라교 신자래요. 그렇게 우리를 데려간 백부장은 소속이 다른 듯했어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소속이 다르다니….”
루브리아가 급하게 물었다.
“음… 자기네들끼리 하는 소리를 언뜻 들었는데 그들은 황제 여동생의 명령을 직접 받는 특수부대 같았어요.
이름이 '아그리피나'인가 그렇지요.”
그 소리를 들은 루브리아의 머리에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제 카시우스를 만났을 때 그가 누군가의 메모를 받고 나갔다 왔는데 바로 아그리피나였을 것이다.
황제가 본인이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일들은 여동생에게 은밀히 맡긴다는 소문이 있었다.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며칠 후 티베레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옆에서 유니아가 질문했다.
“그들이 고문을 하거나 우리 모임을 탈퇴하라는 협박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경찰서보다도 형식적으로 조사를 하는 성싶었어요.”
루포의 대답이 루브리아에게는 별로 위안이 되지 못했다.
“아그리피나 님을 만나봐야겠어요.”
이렇게 말하며 벌떡 일어서는 루브리아를 보고 루포의 눈이 커졌다.
“아그리피나를 아시나요? 제가 잘못 들었는지도 몰라요.”
“그 여자가 한 짓이 틀림없어요.”
황제 궁으로 향하는 가마 안에서 루브리아의 확신은 깊어졌다.
며칠 전 네로 아기의 탄생 기념 식사 때 황제와 단둘이 나눈 대화에 대해 그녀가 물었었다.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서 그저 어릴 때 추억을 같이 나누었다고 했더니 아그리피나의 눈꼬리가 사나워졌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이 여자가 자신을 감시했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지금도 가마 뒤를 누가 따라오는 듯싶었다.
다행히 비는 멈추었고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 가마꾼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루브리아가 황제궁에 거의 도착할 무렵 아그리피나는 근위대장을 다시 만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처리하셨지요?
지난번처럼 강물에서 떠오르면 뜬소문이 나고 좋지 않아요.”
“네, 식인 물고기 곰치가 사는 연못에 던져 버렸습니다.”
주인을 배신한 노예나 도망친 노예들을 정원에 있는 곰치연못에 던지는 처벌 행위가 너무 잔혹하다며 티베리우스 황제는 만년에 곰치를 기르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새 황제 즉위 이후 어떤 미식가들은 그런 곰치를 은밀히 즐겨 찾았는데, 맛이 좋고 피부미용에 탁월하다며 비싼 값을 지불했다.
“수고하셨어요. 황제 폐하께서 단단히 지시한 사항이니까 차질이 있으면 안됩니다.”
근위대장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오빠가 황제가 되기도 전에 앞으로 근위대장은 카시우스 님을 유대땅에서 불러와서 써야 한다고 내가 말씀드렸어요.”
그녀의 말에 카시우스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리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앞으로의 로마제국은 우리 세 사람이 이끌어가야 해요.
오빠인 황제와 저 그리고 카시우스 님이지요.”
두 사람의 시선이 의미 있게 마주쳤고 아그리피나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근위대장님은 며칠 전 우리 네로를 보시고 어떻게 느끼셨어요?”
그녀가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몰라 카시우스의 입이 움직이려다 말았다.
“우리 네로가 태어난 직후 점성술사이자 로마 제일의 예언가인 만부아 님이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요….
우리 네로는 제우스신의 보호 아래 태어났고 그의 힘을 이미 받고 있는 징조가 나타났다고 했어요.
전날 밤 달빛이 대지를 스치기도 전에 큰 별이 나타나 우리 집을 포근히 감싸며 오랫동안 머물렀다는 거예요.
이런 사실은 네로가 3살이 될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카시우스 님에게 처음으로 알려드리는 거예요.
오빠는 물론 네로의 선생님이 될 세네카 님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저도 만부아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공손했다.
“음, 그러시겠지요. 티베리우스 전 황제의 서거를 맞춘 분이잖아요….
그분이 우리 네로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로마의 제1인자가 될 거라고 했어요.”
“제1인자’라는 말은 시민들이 황제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부딪혔고 근위대장의 구레나룻이 가볍게 떨리는 듯했다.
“그러니까 오빠가 20년 정도 하고 그다음에는 우리 네로 차례가 돼야 해요.
중간에 방해할 수 있는 사람은 있으면 안 되겠지요….”
침묵이 잠시 흐른 후 카시우스의 오른손이 다시 왼쪽 가슴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