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배경

NOVEL

소설

허구의 세계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목소리.
장편 「소설 바라바」를 비롯한 이야기의 숲.

소설 바라바

바라바 481화 ★ 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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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81화 ★ 몸의 부활

 

루브리아가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것은 열흘 후였다.

 

엄청난 충격으로 쓰러진 후 탈레스 선생의 치료로 의식은 곧 회복되었으나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을 때는 저절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고 언제 회복될지는 사람마다 달라서 알 수 없다는 것이 탈레스의 진단이었다.

 

바로 서면 어지러워서 며칠 계속 누워 있었다.

 

루브리아 의전관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칼리굴라는 동생을 통해 알았고 동시에 루브리아에게 쾌유를 비는 화환을 보냈다.

 

예전에 예루살렘에서 기절한 전력이 있어서 그 증상이 다시 나은 듯싶은데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라며 하루속히 업무에 복귀하기 바란다는 황제의 친필이 부착되어 있었다.

 

루브리아의 입에서 말은 나오지 않았으나 입을 벌려서 식사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초점이 없는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는 유타나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나사렛 모임의 바라바와 호란이 아직도 행방이 묘연해 그럴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오늘도 아침 식사로 반도 안 비운 노란 호박죽 그릇을 치우는 유타나의 귀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번 받은 말씀자료 좀 찾아봐.”

 

나사렛 모임에서 받은 자료 말씀인가요? 어머, 이제 말을 하시네. 아가씨!”

 

유타나의 목소리가 놀람과 기쁨으로 높고 커졌다.

 

, 그 자료 중에 인간의 부활에 대한 말씀이 있었던 것 같아.”

 

, 여하튼 그동안 받아온 것 전부 가지고 올게요.”

 

그녀가 뛸 듯이 나갔다.

 

루브리아는 바라바 님이 그렇게 허망하게 사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더욱이 곰치연못에 던져졌다는 끔찍한 생각을 하면 머리가 어지러웠고 눈 앞에 검고 깊은 수렁이 나타났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던 며칠이 지나자 유대 땅에서 사망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의 눈을 고쳐준 사람, 이름도 바라바 님과 같은 예수였다.

 

루브리아가 들은 기억으로는 그분이 부활하신 것을 여러 제자가 보았고 지금은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는데 곧 다시 오실 때 죽은 사람들이 무덤에서 몸이 다시 회복되어 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목이 잘려 죽거나 사지가 찢기는 처형을 당하고 죽었어도 그들이 다시 살아난다면 곰치연못에 빠졌어도 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유타나가 자료를 한 무더기 가지고 들어왔고 잠시 후 루브리아가 생각했던 부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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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 너희가 알지 못함을 우리가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소망 없는 다른 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예수께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심을 믿을진대 이와 같이 예수 안에서 자는 자들도 하나님이 그와 함께 데리고 오시리라.>

 

읽어 나가다가 루브리아의 입에서 마른침이 넘어갔다.

 

바로 바라바 님이 예수 안에서 자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소망이라 생각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남은 자들도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

 

루브리아의 귀에 천사장의 소리가 들리는 듯싶었고 나팔 소리와 함께 나사렛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평소에 무심히 바라보던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 속으로 산 자와 죽은 자가 모두 함께 들려 올라간다는 말씀은 장엄하고 신비한 환상적 광경이었다.

 

누가 이런 글을 썼을까, 어찌 이런 일을 미리 알 수 있었을까.

 

나사렛 모임에서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희망이 솟아올랐다.

 

바라바 님은 아무 잘못도 없이 이런 나사렛 모임에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으니까, 종교적 순교와 다름이 없었고 이런 분들은 예수 선생의 재림 때 같이 일어나리라!

 

그렇다. 나사렛 예수님이 바로 주님이라면 당신이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도 루브리아의 눈을 고쳐주신 분이니 바라바 님을 다시 살리시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다.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니 저절로 시장기를 느꼈다.

 

루브리아는 호박죽 한 그릇을 더 먹고 출근하기 위해 몸단장을 했다.

 

의전관실에 나가서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나사렛 모임의 유니아 님을 만나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칼리굴라 황제에게 할 대답도 당연히 결정되었다.

 

그의 므네모시네가 되어서 자식을 낳아 달라는 부탁을 단호히 거절할 것이.

 

므네모시네가 기억의 여신이고 어릴 때의 추억을 잊지 않는 것은 좋지만 결국 황제의 애첩이 되어 달라는 것이 아닌가.

 

루브리아는 갑자기 자신이 칼리굴라 황제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을 느꼈다.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은 후 지금 바라바 님의 부활이 그녀가 숨을 쉬는 이유의 전부가 된 것이다.

 

부활 이외에는 모든 일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의전관실에 도착하니 의전비서들이 그녀를 반갑게 맞았다.

 

의전관님 안 나오신 사이에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 사절단이 로마에 도착했어요.

 

아피온이라는 철학자가 대표로 왔는데 유대의 필로 대표와 황제 폐하를 같이 알현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전관님이 그때까지도 안 나오시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이제 좀 안심이 됩니다.”

 

내가 없어도 별문제 없을 텐데요.”

 

아니에요. 이번 행사는 의전관님이 꼭 계셔야 해요.

 

그리스어와 유대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분이 폐하 옆에서 정리를 잘해 주셔야지요.

 

이번 행사는 사실상 두 민족 간의 전쟁이나 다름없어요.

 

칼과 창 대신 자기들의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폐하 앞에서 전개하느냐가 다를 뿐이지요.”

 

루브리아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필로 선생을 만나고 와서 그분과 나눈 대화를 신나게 설명하던 바라바 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필로 선생 같은 분은 부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건강은 이제 괜찮으시지요?” 비서의 목소리였다.

 

그럼요. 부활하는데 건강이 조금 나쁜들 어떻겠어요.’

 

 

루브리아가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데살로니가전서 4장 13–1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