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배경

NOVEL

소설

허구의 세계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목소리.
장편 「소설 바라바」를 비롯한 이야기의 숲.

소설 바라바

바라바 482화 ★ 바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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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82화 ★ 바울은 누구인가

 

잠시 후 의전관실로 황제의 여비서가 들어왔다.

 

폐하께서 루브리아 님이 나오신 것을 아시고 잠깐 오시라고 하십니다.”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후 서서히 고개가 끄덕여졌다.

 

칼리굴라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서 호흡이 짧아지는 성싶었다.

 

지금도 누군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고 지시한 사람은 아그리피나가 아니고 어쩌면 황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바라바 님을 살해한 장본인은 바로 칼리굴라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황제궁이고 의전관이 출근한 것은 정문경비와 비서실 직원들이 모두 보았을 것이다.

 

제가 아침에 루브리아 님이 나오신 것을 보고 아그리피나 님께 말씀드렸어.

 

며칠 전부터 나오시면 알려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녀가 루브리아의 속을 들여다보듯이 설명을 길게 하였다.

 

현재 공석인 비서실장 역할을 부속실장인 아그리피나가 하고 있고 어쩌면 계속 이런 체제로 운영될 것이다.

 

루브리아는 길게 숨을 내쉰 후 청동거울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인간이 나에게 무슨 해를 끼칠 수 있느냐라는 말을 생각하고 아침에 읽은 부활의 장면을 떠올리니 마음이 담대해지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제의 집무실에 들어가니 둘째 여동생 드루실라가 오빠와 같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 루브리아 의전관. 제우스신께 맹세코 며칠만 더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루브리아의 집으로 방문하려고 했었소.

 

이제 건강은 다 회복된 것이오?”

 

마시던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놓으며 루브리아를 반기는 황제의 미소가 어색했다.

 

, 황제 폐하.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어머, 오랜만에 보니 많이 수척해지셨네. 무슨 힘든 일이 있으셨나요?”

 

드루실라가 오빠와 조금 떨어져 앉으며 루브리아를 바라보았다.

 

노곤한 그녀의 시선이 아직 졸린 듯했다.

 

칼리굴라는 다시 와인잔을 입술에 대고 마시며 잔 너머로 루브리아를 살폈.

 

대답하지 않는 루브리아를 보고 어깨를 으쓱한 드루실라가 고개를 황제에게 돌렸다.

 

루브리아 의전관이 유대에서 풍토병을 얻었는데 요즘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재발했었다는구나.”

 

황제가 동생에게 친절히 설명했다.

 

그러셨구나. 여자는 처녀 때 여기저기 아프다가도 결혼해서 아이를 서너 명 낳으면 다 낫는다는데그리스 여신 누군가는 제우스와 사이에 아이를 7이나 낳았지요.

 

이름이 므네시네였던가요?”

 

므네모시네입니다.

 

루브리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맞아요. 그 여신을 오빠, 아니 황제께서 예전부터 좋아했다오. 호호.”

 

루브리아와 살짝 시선이 마주친 칼리굴라가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 사절단이 도착했는데 단장이 역시 철학자라고 하더군.

 

도대체 유대 단장도 그렇고 정치를 왜 철학자들이 관여하는지 알 수 없어요.

 

여하튼 자꾸 만나달라고 귀찮게 하니 빨리 만나서 두 민족 간의 문제를 정리하도록 해야겠소.

 

양쪽의 주장을 들을 수 있도록 루브리아 의전관이 회의를 잘 준비하도록 하시오.”

 

칼리굴라가 말을 마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도 좋다는 신호였고 루브리아가 공손히 두 사람에 목례했다.

 

유대 단장이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내 자리도 만들어줘요.

 

그 사람이 쓴 책을 읽는 것보다 한번 만나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드루실라의 부탁 같은 지시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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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루브리아는 나사렛 모임으로 향했다.

 

마침 유니아는 집에 없었고 루포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를 보니 루브리아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흘러나왔다.

 

너무 걱정 마세요. 저도 어떤 때는 1주일 이상 잡혀 있었어요.”

 

루브리아는 차마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얀 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그녀를 보며 루포가 계속 말했다.

 

내일은 제가 중앙 경찰서의 파곤 팀장을 만나서 좀 알아볼게요.

 

바라바 님이 로무스 대장님과 잘 아는 것을 파곤이 알기 때문에 적극 협조할 겁니다.”

 

얼굴이 검어서 더욱 하얗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가 몇 번 껌벅거렸다.

 

짧은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루브리아가 입을 열었다.

 

나사렛 예수님은 언제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나요?”

 

그녀의 질문이 심각했고 루포는 언뜻 대답을 못 했다.

 

그분의 제자인 요한 님은 아실까요?”

 

루브리아는 요한 님의 안내로 베다니에서 예수 선생의 방으로 들어가 그분을 만났었다.

 

그 정도 가까운 제자라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성싶었다.

 

글쎄요. 아마 그분도 정확히는 모르실 거예요.”

 

, 그럼 이 자료에 있는 예수 선생의 재림에 대한 글은 누가 쓴 건가요?”

 

루브리아가 건네준 부분을 읽어본 후 루포가 말했다.

 

, 이 글은 바울 선생이 쓴 글입니다!”

 

그가 누군가요?

 

그분은 예수 선생님이 언제 재림하셔서 죽은 자를 살리시고 살아남은 자들도 함께 구름 속으로 끌고 올라갈지 아시겠네요?”

 

그녀의 크고 맑은 눈동자가 희망으로 반짝였다.

 

그분은 한동안 나사렛파를 심히 핍박했었는데 얼마 전 회심하고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라 글이 설득력 있고 힘이 넘치지요.

 

어쩌면 그분은 예수 선생님의 강림을 어느 정도 아실지도 몰라요.”

 

루포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왠지 루브리아를 위로해 주는 듯싶었다.

 

바울이라는 분은 지금 어디 있나요?”

 

그분은 다메섹에서 전도 활동을 하시다가 지금은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가셨다고 해요.

 

아마 곧 다시 다메섹으로 나오실 거예요.”

 

, 유타나에게서 그분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바울이 아니고 사울 아닌가요?”

 

"어떤 사람들은 그분이 회심하고 이름을 바울로 바꾸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고, '시몬' 사도를 '베드로'라고 그리스 이름으로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지요. 여기서는 바울 사도라고 해야지요.

 

여하튼 그분을 만나고 싶은데 연락할 수가 없나요?”

 

사실은 저도 그분을 직접 만난 적은 아직 없어요.

 

아라비아 사막에는 왜 가셨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루포의 눈동자가 위를 향해 깜빡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