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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세계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목소리.
장편 「소설 바라바」를 비롯한 이야기의 숲.

소설 바라바

바라바 484화 ★ 사절단 필로와 아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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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84화 ★ 사절단 필로와 아피온

 

유대 사절단과 그리스 사절단의 토론은 최근에 개장한 대규모 연회장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칼리굴라는 에스퀼리노 언덕의 동쪽에 새 부지를 조성하고 그의 별장과 연회장을 독립건물로 지은 후 긴 주랑으로 연결했다.

 

연회장은 천 명이 동시에 들어와 파티를 할 수 있는 크기였고 계절의 변화를 안에서 즐길 수 있도록 천장을 열리게 하였고 밤에는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향수와 꽃잎을 뿌리기 위해 천장의 몇 군데에는 구멍도 뚫려 있었다.

 

입구에는 거대한 제우스신 동상을 하얀 대리석으로 세웠고 연회장 중앙에는 칼리굴라의 동상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제가 특히 신경을 세심하게 쓴 부분은 식탁 주위의 바닥이었다.

 

모자이크로 포도를 비롯한 과일과 견과류들을 그려 넣은 솜씨가 너무 실제 같아서 까치가 가끔 포도를 부리로 찍어본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 화려한 연회장 한쪽 면에는 원로원 의원 전원을 초청하여 칼리굴라가 직접 출연하는 연극을 상연할 무대도 조립식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루브리아는 유대와 그리스 사절단 중 10명씩만 황제를 배알하도록 하였다.

 

필로와 그의 동생 가이우스를 비롯한 유대인들은 연회장 왼쪽에, 아피온이 대표인 그리스 사절단은 오른쪽에 도열해 황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지난번 연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실내장식 부분을 황제가 다시 점검도 할 겸 양쪽 사절단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잠시 후 경호원들과 함께 자주색 망또를 두르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청년 황제가 입구에 모습을 나타냈다.

 

뒤에는 카시우스 근위대장이 따라오며 잠시 루브리아와 시선을 마주쳤다.

 

두 나라 사절단은 모두 허리를 크게 굽히며 황제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칼리굴라가 먼저 고개를 유대 사절단으로 돌렸다.

 

필로 대표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정중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를 뵈올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27살의 젊은 황제가 연회장의 천정 한쪽을 올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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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민족은 모두 나를 신으로 받드는데 당신들만 예외라고 들었소.

 

더구나 당신네가 믿는 신은 이름도 부를 수 없이 거룩하다면서요.

 

신의 이름이 야훼라고 했던가요?”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불만을 토하는 황제에게 필로는 고개만 푹 숙이고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칼리굴라는 슬쩍 필로를 쳐다본 후 다시 두 팔을 번쩍 들며 소리를 높혔다.

 

야훼신 보다 제우스신이 위대하다!”

 

유대인들로서는 들어서는 안 되고 상상할 수도 없는 신성모독이었다.

 

유대 사절단 몇 명이 얼떨결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이러한 광경에 그리스 사절단들의 얼굴에 기쁨이 넘쳐흘렀다.

 

아피온 단장이 황제에게 인사를 한 후 유대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황제 폐하! 유대인들이 알렉산드리아에서 했던 괘씸한 행동을 아신다면 이들은 여기에 서 있을 자격도 없다고 하실 것입니다.

 

저희는 황제 폐하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제물을 바쳤지만, 유대인들은 그런 일은 신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거부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고자질하는 아피온을 향해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황제 폐하. 저희도 폐하의 건강을 위해 제물을 바쳤습니다.

 

저들의 말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입니다.”

 

필로의 동생인 가이우스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그리스인들보다 훨씬 더 많이, 더 자주 제물을 바쳤나이다.

 

한 번에 백 마리 이상의 소를 제물로 바치며 정식으로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제단 앞에서 가축을 죽여 그 피를 주위에 뿌린 후 고기는 집에 가져가 요리를 하지만, 저희는 소를 죽인 뒤 그 자리에서 다 구워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칼리굴라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며 연회장의 벽에 걸린 촛대를 오른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런 은촛대는 여기 어울리지 않아.

 

한 번에 초 3개를 꽂을 수 있는 은촛대, 아니 금촛대로 바꾸도록 해요.”

 

그의 뒤를 따르던 공사 담당 책임자가 큰 죄를 지은 듯 머리를 조아렸다.

 

황제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유대 사절단에게 물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왜 돼지고기를 안 먹는 것이오?”

 

그리스 사절단 쪽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필로가 다시 손을 앞으로 모르고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로마제국에는 각각의 민족마다 고유한 전통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이 독특한 제도와 음식의 금기 조항을 만들어서 저희는 돼지고기를 안 먹지만 그리스인들은 산양을 먹지 않습니다.”

 

황제가 역시 아무 대꾸를 안 하고 걸음을 옮겼고 사절단들이 뒤를 따랐다.

 

그의 손가락이 이번에는 벽화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한쪽 벽을 길게 가로지른 게르만 전투의 한 장면에 어린아이가 로마 군화를 신고 뛰는 모습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다.

 

칼리굴라 본인이었다.

 

이 부분은 다시 그려야 되겠군.

 

시기와 주변 인물이 맞지가 않아요.

 

내가 이렇게 뛰어놀 때 하늘에서는 펑펑 눈이 내렸고, 옆에는 여자 친구 루브리아가 있었으며 카시우스 근위대장이 백부장으로 내 뒤에서 나를 따랐었지.”

 

말을 마친 칼리굴라가 고개를 돌려 루브리아를 찾았다.

 

저기 있군. 바로 저 여인이 당시 나의 여자 친구였네.

 

근위대장과 루브리아 의전관을 내가 말한 대로 그려 놓도록 하시오.”

 

모든 사절단의 시선이 루브리아에게 동시에 집중되었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황제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오늘 직접 만나 보니 유대인들도 아주 미친 사람들은 아니군.

 

여하튼 두 민족 간에 다투는 부분을 각각 서류로 잘 정리해 루브리아 의전관에게 제출하도록 하시오.

 

내가 자세히 읽어 본 후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소.”

 

양쪽 사절단이 황제를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제가 이 연회장에 대해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아피온이 눈을 위로 뜨며 조심스레 말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훌륭한데 아쉽게도 한 가지가 제 마음에 걸립니다.

 

제우스신의 동상과 비교할 때 폐하의 동상이 너무 작습니다.”

 

칼리굴라의 큰 눈이 자신의 동상과 제우스신의 동상을 번갈아 보았다.